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 - 조선통신사 국내노정 답사기
한태문 지음 / 경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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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생시절, 조선통신사는 그야말로 단 한폭의 그림 하나로 설명이 가능한 존재.. 즉 '일본에

간 조선의 외교단체' 라는 인식에서 더하고 덜 할것 없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교과서에서 일본에 문물을 전하고, 국교를 이어주는 통신사에 대해서 '일본에게 무언가를

배푼다'는 인식을 받았고, 이러한 교육은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선진문화를 배푼 자긍심이 있는 나라(민족)"라는 일종의 우쭐거림의 근거가 되어준다.

 

그러나 그들이 어떠한 직책이었는가? 그들은 일본에 무엇을 하러 갔는가? 그리고 한반도에서

일본까지 어떠한 여정을 하였는가? 무엇보다 통신사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통신사의 직책을

맡았는가? 하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학교의 공교육에 충실했을뿐 그 이상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선통신사의

가치는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조선통신사 행렬도' 그 이미지에 국한된다.       

 

화려한 깃발, 수많은 행렬, 행렬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통신사가 탄 가마를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 받들며 행진하는 일본인의 모습.. 마치 스승을 떠받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에서

우리는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고 그것에서 만족하며 이에 더이상 아는 것을 필요치 않아한다.

 

물론 나도 그러한 사람중 하나로서,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부산에 조선통신사 축제가 벌어지는

것도, 부산에 이와 관련된 역사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정리하자면 나는 수박 곁핱는

얄팍한 지식으로, 모든 것을 아는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저 곡학아세의 무리들에 끼어

무의미하게 입만 놀린 꼴이었다.       이에 이 책을 접한것은 나의 자만을 뒤돌아보는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국왕의 명령을 받아 수도 한양에서, 한반도의 마지막 거점,

부산에 이르는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뒤쫓고, 이를 학술적인 지식을 토대로 하나의 '정의'를

내리려는 저자의 노력을 엿보고, 무엇보다 조선통신사가 어떠한 행렬을 이루어 부산까지,

그리고 다시 한양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공식'투어'의 전반적인 지식을 접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이 책 속에는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진실도 상당히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행렬을 마치 '죽으러 가는길' 과 같이 생각해 그 직책을 맡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결국 귀향을 가게 된 사실이라던가, 통신사 행렬이 국왕의 명령에 수행되는

공식적인 행렬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역관들이 그다지 호의적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았다라는 

정보라던가.. 그리고 어명을 받는 수행원의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리사욕없는 '딱딱함'을 지닌

통신사가 결국 지방에서 이불펴고 기다리고있는 지방의 애첩의 눈에 피눈물? 을 흘리게 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까지.. 의외로 자세하고 재미있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지금도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러나 저자는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고, 그 관련자료를 열람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가며, 이러한 활동에 장애가 되었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론한다.     그는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정리함은 물론, 그

여정에 관련된 지역의 문화재를 돌아보고, 또 사람들이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많은 문화재는 그야말로 먼지더미에 묻혀, 그 진가를

몰라보는 사람들의 틈에서, 하루하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것이 많았다.     

그리고 특히 저자는 수십억원을 들여 스피드 발굴과 복원을 행하는 지방정부의 빠름~빠름~

행정에도 깊은 분노의 목소리를 낸다.

 

일본은 배우는 입장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로 인정하고 이를 발굴하고

계승하는데 활발하다.    더욱이 한.일간의 조선통신사 행렬에 대한 연구협약을 제의한 것도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였다는 사실은 나에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로 다가온다.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것은 수십억의 지금을 들이거나, 수많은 박물관이나 체험관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관심을 가지느냐에

달렸다는 당연한? 사실을 재확인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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