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 - J Novel
이누무라 코로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공녀를 경호하며 단기로 적진 1만2천킬로미터를 돌파하라."

이 문장은 소설에서, 그야말로 모든 사건, 환경, 이야기의 무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 

마치 로마의 (Via Appia) 아피아 가도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비공사)샤를르와 (차기황녀)파나는 신분도, 살아가는 방법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향도 다르지만, 목적지 '레밤 왕국'으로 향하는 적지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간의

차이를 벌려놓는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아래 인간대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또 사랑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워 나간다. 

 

공녀가 비공사와 함께 하늘을 날기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에 의해서 자신을 짖누르는

사회의 의무에 순종했었다.     비공사인 샤를르는 그야말로 '천한 신분'을 타고나 자신의 비행기,

그리고 드넓은 하늘 위에서가 아니면 인간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인격으로서 참된 자유를

누릴수가 없었고, 귀족출신인 파나 역시 왕족과 결혼한다는 기정사실 속에서, 이미 정해져버린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화를내거나, 그에 저항할 권리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아마츠카미의 공세에 차기황녀를 대피시켜야 하는 급박한 상황은, 사실상 그들의 마음(욕구)에

강렬한 불을 당기는 계기를 제공한다.

 

아마츠카이 함대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며, 비공사와 황녀는 일종의 전우애와 같은 감정을

나누다, 어느덧 건장한 남자와 여성이라는 이성간의 마음을 나누는 단계로 서서히 발전해

나간다.       그러나 샤를르에게 있어서 파나는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국모'의 자리를

차지할 사람이자, 평소대로라면 얼굴은 커녕 그 그림자조차 대할수 없는 존귀한 신분의 아가씨

이기도 하다.       그의 감성은 파나와 함께 레밤황국도, 제정 아마츠카미도 그리고 자신을

옥죄는'신분'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이세상에 존재하는

사회의 의무와, 신분, 나라의 존재는 언제나 그들 머리위에 군림하며, 그들에게 의무를

다하라 명령하는 존재이고, 개인은 이러한 속박에 쉽사리 도망치치 못한다.  

 

샤를르는 결국 자신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파나를 뒤로하고, 목숨을 걸었지만, 명예, 아니 

감사의 말조차 듣지 못하는 익숙하지만,혹독한, 자신의 위치(현실)을 마주한다.       어자피

짐승처럼 취급받고, 미래의 부랑자라는 멸시를 받는데 익숙했기에, 결국 자신이'재주 부리는 곰'

에 불과했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도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 일에 대한

보수가 자신에게 두둑하게 주어지지 않았는가?  자신이 평생을 모아도 구경하기조차 못할 거금...

그야말로 인생을 3번이나 놀고 먹을 수 있는 두둑한 사금덩어리를 손에 쥔 비공사는 이제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에만 몰두하면 된다.

 

그러나 그는 그 기회를 황녀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파나를 위해서

모두 푸른 하늘에 흩뿌린다.    자신의 비행기로, 또 자신의 의지로 행한 첫 자유의지로서, 

이렇듯 레밤황국을 향해서 움직이는 전함을 맴돌며, 황금빛 축복을 흩뿌리던 그는 드디어 자신을

위한 최고의 보수를 받는다.     파나가 자신을 향해 말한것이다.  

 

'고마워 샤를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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