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오나 - 전라도 강진 상엿소리꾼 오충웅 옹의 이야기 민중자서전 1
김준수 글.그림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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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역사를 주름잡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요, 한국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사건이나 위인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은 단 한분의 '인생'  그 자체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자서전이자,

한민족의 마지막 소리가 될지 모르는 '상여가' 의 애환이 담겨져 있는 '민족 문화록' 이다.  

 

내용의 뼈대를 이루는 인간 '오충웅'옹의 인생은, 그야말로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이어져 가는 중이다.   부유한 일본생활을 버리고 (해방된)조국의 품으로 돌아왔건만, 조국이 그들 가족에게

배풀어 준 것은 끝없는 가난과, 가수를 향한 꿈의 좌절, 그리고 첫사랑과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추억뿐이다.   이미 이마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황혼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가 걸어왔던

인생에서 제일 후회가 되었던 것이 " 내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요." 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모질고 힘든 인생길을 걸어 왔을지..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본에서는 노래를 잘 불러 귀여움을 받고, 상도 받고, 조샌징이라는 차별도 덜 받고,

여학생에게 인기도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허구언날 노래를 부른다고 미친놈 취급하고,

귀신이나 부르는 무당의 따가리 취급을 당하고,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예술학교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그의 과거에서, 한국이란 나라는 그야말로 지긋지긋하고, 상종하지 못할 원수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노래를 하고 싶다.' 그러한 가치관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는 가출을 하고, 극단 생활을 하고,

약장수를 따라다니고, 제비족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가 결국 백구두를 등지고 평생을 노래하게 된 것은 '상여가' 즉, 망자를 위로하고 배웅하는 노래이다.  우연히 상여꾼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이거다!! 싶어 상여꾼을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다.   

결국 전문 상여꾼이 되어 그 돈으로  7남매를 먹이고 교육시켰다.

 

그러나 세월에는 장사없다는 말이 사람에게만 한정된 말이 아니듯, 곳곳에 생겨나는

장례식장과 '고품격? 리무진'은  인간 '오충웅' 옹이 노래할 곳을 점점 앗아간다. 그는

'단돈 5만원만 쥐어주면 걸출나게 한가닥 뽑고', '소주 한잔만 부어줘도 신명나게 한가닥 뽑아

줄 것인데'.... 그게 아깝다고, 스피커 카세트를 틀어 삐는걸로 '상여가'를 대신하려는 오늘날의

스마트한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또 낙담한다.   그리고 상여꾼으로서 상여가가 사라지는

오늘날의 형편에 어느정도 수긍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반평생 노래를 뽑아온 '노래장인 으로서' 그의 목소리가 한낮 스피커에게

밀려나는 것에 특히 분노한다.

 

'오래된 가치관따위, 잊혀진다면 그것은 그 운명이니 어쩔수가 없다.  그러나 그 잊혀져 가는

입장에 서는 자는, 결국  최후에  최후까지 자신의 존재감과 자존심을 지킬 것이다.  그것이

그 잊혀져 가는 운명이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최후의 선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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