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 -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김은식 글, 박준수 사진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 동대문 운동장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무슨 대수랴...프로야구도 고교야구도..심지어는

야구장&축구장에도 가 본 적이 없는 스포츠의 '무뇌아'에 가까운 나로서, 동대문 운동장이 

언제 헐렸는지, 건물이 헐리고 나면 그 뒤를 이어 무엇이 지어지는지 그것은 나의

관심영역 밖의 일이였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나와는 다른 감정을 품었고, 헐리는 운동장의 잔해를 분노와 슬픔

그리고 아쉬움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적어도 과거의 '가치관'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뇌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정직하고 진실되면서

신랄하기 짝이 없는 책을 지었고, 그 책은 지은이의 바램대로 읽는 사람들의 양심을

사정없이 쿡!!쿸!! 쑤시고 있다. ^.^

 

동대문 운동장은 1925년부터 2007년까지 길고 긴 세월을 버텨왔었다.  일제시대 스포츠의

건전함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후 광복과, 한국전쟁, 유신&독재정치의 시대를 지나,

오늘날의 민주화시대에 이르기까지..  운동장(야구장)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참으로

변화무쌍했던 '경성'(서울)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또 흘려 보냈던 건축물이 바로

동대문 운동장 이였다.

 

오랜세월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으로서 그 관록이 넘치고 넘치건만... 오늘날

'서울의 꼬마들'은 쓸데없이 크고 낡고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터줏대감을 밀어냈다.  

홀아비 냄새와 소주냄새가 풀풀 풍기는 객석, 시간 죽이러 온 아저씨들과 어르신들이 내지르는 

응원소리 보다는... 젊은 아이들의 떠나가는 웃음소리와,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최신유행곡..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 기꺼이 지불하는 '대가'가 오고 가는

소리가 '서울의 꼬마들"에겐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이였나 보다.

  

그는 무려 82년의 세월을 서 있었고, 82년의 세월동안 그 맡은바 임무에 충실했다.

만약에 동대문 운동장이 '사람'이였다면 적반하장에 가까운 차가운 대우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서울을 그야말로 '디자인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의해서 보기좋지 않은것,

낡은것, 더러운것, 잊고 싶은것, 마음에 안드는것...모두가 포크레인의 공격대상이 되었다.   

 

새로운것을 창조하려는 움직임에 불만이 있는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도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시가 하는 디자인 행정은 그야말로 '자본의 자본에 자본을 위한 전시행정

일색이다.  미래지향적인 유선형 건물을 짓고, 기하학적인 건축물을 만든답시고 냅다 시멘트만

들이붓는일은 이제 없어져야한다.

 

젊은이들의 돈 쓸 장소 '로데오''로데오''로데오'......땅에 가치를 매기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언제나 쇼핑센터, 테마파크!!!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동대문 운동장은 결국 쇼핑센터를

위해서 그 운명을 다했다.   이미 부수어지고, 깨어져 버린 운동장은 그 역사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구석에 겨우 살아남은 조명탑 하나만이 과거 여기에 경기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과연 동대문 운동장을 지켜 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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