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박웅현·최재천에서 홍정욱·차인표까지 나다운 삶을 선택한 열두 남자의 유쾌한 인생 밀담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냉장고박스 2개, 갈색 테이프 1통, 과학상자 전구세트....

과거 나의 어린시절 나만의 "하우스"를 만드는데 사용했던 목록들이다.  베란다 한켠을 차지하고 시간가는줄 모르며 만들었던 상자집

문을 만들고, 삼각형 지붕을 씌우고, 천장에는 전구까지 달았다. 의외로 넓은 내부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집을 닮았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만족했었던 "공작작품" 이였으나, 무허가 건축물이 다 그렇듯,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작품은 순식간에 재활용 폐기물이되어

나의 곁을 떠났다.

 

허술하고, 볼품없지만, 나만의 "아지트"를 가졌다는 만족감,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 그 감정은 어린시절을 지나 

어른이 된, 이 시점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추구하고 싶은 욕구로 남아있다.

 

그것은 나만의 욕구가 아니다. 많은 남자들이 그러한 욕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서양에서는 어른들이 나무위에 작은집을 지어주고, 아이들에게 그 장소를 제공해 마음데로 꾸미고 사용하게 하는것 처럼,

동양의 남자 아이들도 그러한 욕구를 품고,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나 서양처럼 그리 쉽게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시절에는 부모님이 방해요소가 되었다면, 어른이 되어선 아내와 아이들이 방해요소가 된다.

어렵사리 집을 장만하면 아내가 집을 접령하고, 아이들이 그 집을 사용한다. 남자들의 아지트는, 가족의 편의와 사랑이라는 

명분 하 에 또 꿈속의 꿈으로 사라지게 될 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책장에서 마음에드는 책을 꺼내서, 안락한 리클라이너 의자에 몸을 맡기고,

싸구려지만, 자신의 본분을 다 하는 오디오가 들려주는 "라벨 볼레노" 를 음미하며, 나만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그 시간...

그 시간 만큼은 나이가 더 들어도, 아내를 맞이하고 자식이 생긴다고 해도, 꼭!! 지키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이다.

  

이 책에는 그 쉽지 않은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서재를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즐기며, 심지어는 밥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상가 지하를 임대해 자신만의 집필 공간으로 개조한 "소설가" 부터, 서재라고 하지만, 고출력 엠프부터, 고전적인 LP레코드판까지

전시해 놓은 매니악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특별한 서재들이 이 책속에 수록되어 있다.

 

그 서재들의 주인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 하고 인식할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유명한 가수와  연기자, 소설가, 디자이너,

전직 정치가에 이르는 빵빵한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서재를 무대로 자신만의 인생론을 들려준다.

그들의 인터뷰는 솔직하다. 그리고 지은이가 이른바 '꽃중년' 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이기에 모두 한 인생을 살았던 연륜이 묻어난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의 개성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이른바 '넘을 수 없는 벽' 의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  

나이로 치면 고개도 못들 대선배 격의 사람들이고, 게다가 인생을 넘어 직업으로도 모두 한가닥 하는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나 나를 사랑하고 나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나도 그들과 동반자 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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