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
스티브 앨퍼트 지음, 최영호.김동환 옮김 / 북스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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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힐

나의 어릴적 기억 속에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는 '상상력의 향연' 그 자체였다. 예를 들어 여느 (다른)만화들 속에서도 언제나 이야기에는 분명한 주제가 있고 (영상 등의) 연출은 언제나 그 주제의 이해를 돕기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달리 지브리의 많은 이야기들은 비록 일본의 설화와 동화 같은 줄기는 공유할지 모르나, 단연 영상 그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과 신선함은 각각의 작품들 모두에게 있어 분명한 개성이 드러났다.

그렇기에 처음 '원령공주'에서 시작하여 '바람이 분다' 를 마지막으로 나의 지브리의 감상은 끝을 맺었으나, 이후에도 이처럼 독자적인 매력(또는 영상미) 을 지닌 애니메이션을 마주한 기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일까?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알고자 하는 부분 역시도 위의 수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쩌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였지만, 안타깝게도 저자는 미야자키와 함께 작품세계를 공유하거나 이해한 동반자가 아니라 단지 '관찰자'에 가까운 인물이였기에 이에 내가 알고자 하는 내용을 좀처럼 접하기는 힘들었다.

실제로 당시 저자는 지브리의 작품을 해외에 홍보하고 수출하는 것과 같은 대외적 활동을 위해 고용된 '외국인' 이였고, 특이하게도 작품을 만들어가는 '일본인'과 철저하게 구분되었다. 그러나 이는 저자를 차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장점이든 단점이든 지브리 본연의 환경이 '외부의 자극으로 인하여' 변화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자 하는 의도였으며, 결과적으로 그 갈라파고스화 된 지브리의 개성은 보다 선명하게 작품에 투영 될 수 있었다.

(...) 벽은 내부의 외국인이 근처에서 일하는 보통의 일본인과 대면하지 않도록 보호할 뿐 아니라, 일본인 근로자가 옆집의 외국인과 외국인의 사고방식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37쪽

"지브리의 특별한 매력" 실제로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은 지브리의 작품을 평할때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었다. 그렇기에 이를 기억하는 저자 또한 예술가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미야자키를 떠올리며, 이를 보다 특별함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아직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심심풀이용'으로 이해되던 시대 속에서, 미야자키는 작품의 영상미를 더하고, 더빙의 완벽함을 추구하며, 심지어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버릇과 같은 디테일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정작 비슷한 길을 걸어온 다른 기업 '디즈니'조차도 쉽게 이해 할 수 없었을 정도로 그는 현실과 창의의 경계에서 보다 창의에 빠져 있었던 인물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위의 작품의 태동과는 다르게 저자는 현실에서 작품을 팔아야 하는 인물이였다. 그렇기에 그는 아시아와 유럽, 또는 미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투자를 받거나 또는 협업과 지분을 나누는 등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여러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지만... 정작 그가 제일 힘들어 했던 것은 미야자키를 밖으로 이끌어 함께 홍보에 나선 일이다.

'원령 공주'의 성공 이후 그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사람들과 한낮 애들 만화? 의 성공에 어리둥절하는 사람들... 더욱이 작품의 상영을 위해 각 나라의 정서와 인식에 맞추어 작품을 '가위질' 하려는 요구에 대하여 그는 항상 지브리의 대변인이 되어 그들의 작품을 방어해야 했다. 더욱이 이를 접하는 나에게 있어서도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은 '아동용' 과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에 맞물려 수입조차 금지되었던 시대였기에, 역시 그가(저자가) 한국에 작품을 선전하려는 여러 노력 등에 '답답함'을 드러낸 것에 깊은 공감이 든다.

한국 정부는 일본 영화에 대한 금지 조치를 고수했다. (...) 서울을 여행할 때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한 무단 지브리 매장을 모두 방문했더니 (...) 사람들이 스즈키를 알아봤고 그곳에서 구입한 책에 사인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

232쪽

각설하고 오늘날 지브리는 저자가 한창 활동했었던 시대와는 달리 좋게 말하자면 '전설'이 되어 (아직도)수 많은 사람들에 기억되는 존재가 되어 있다. 이에 이 책은 그러한 전설을 일구어낸 한 비즈니스맨의 기억이기도 하지만 그와 달리 지브리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될 수 있었던 여러 요소를 간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책으로도 이해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달리 이해하면 이는 한창때의 지브리와 미야자키의 모습의 기억일 뿐이며, 오늘날의 지브리의 현실을 드러낸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책의 주제인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과거의 저자의 기억과는 달리 성장하고 또 변화하였다. 이전(과거) 흔히 볼 수 없었던 창의와 예술적 감각으로 보는 사람들 놀라게 했던 지브리의 작품은 어느덧 현실의 (일본)사회를 마주하고 다음 미래를 이끌어갈 시대정신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마치 노인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영상을 만든다.

이에 실제 현실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지브리의 신작이 아닌, '지브리의 전설'을 계승할 새로운 인물이 과연 등장 할 것인가? 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두고 있는 만큼 이 책 역시도 과거의 성장과 성공을 기념하는 하나의 '헌사' 의외에 더 나아간 이야기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열악한 상황에서도 놀라운 창의와 긍정적 메시지가 드러난 작품과 같이,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낭만을 만들어낸 미야자키의 내면의 힘은 과연 무엇이였는지, 이는 단순한 열정이나 동화같은 감성 만이 아닌 또 다른 고뇌와 열망 등이 녹여져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이후 수 많은 애니메이션 등이 과거 지브리의 어떠한 장점을 이끌어 더욱 발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질문을 지니고 책을 마주하면 어쩌면 이는 책의 내용 이외의 또 다른 의미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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