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은 오래도록 많은 시간이 지난 현대에 있어서도 더 나은 지성의 함양과 인격 소양 등을 위하여 꾸준하게 권장되어 오고 있다. 그렇기에 덩달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여러 철학자의 사고방식 또한 공부가 권장되고 있지만, 각설하고 의외로 이 책의 주제이자 당시의 철학자였던 디오게네스는 나에게 있어서 해당 철학적 관점보다는 하나의 일화로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알렉산더 대왕이 마주한 이 이상한? 철학자는 크게 줄여서 "햇빛 가리지 말고 비켜" 라는 말로 그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에게 나름의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일화는 정작 디오게네스의 철학적 사고 보다는 알렉산더의 깨달음이 더욱 눈길이 간다. 굳이 옛 말을 빌려오자면 '맷돌을 돌리는 노예에게도 배울 점은 있는법' 이니까. 알렉산더 자신은 만족 없이 어느덧 높은 이상을 위해 나아가는 위인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순간의 따스함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이전까지 단순히 디오게네스의 철학을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것이 과거 디오게네스의 삶을 닮아가려 한다면 사람은 한 순간에 태초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단순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짐승이 되어라' 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만약 모두가 개와 같은 동물의 사고로 살아가게 된다면, 어느덧 세상은 강자의 지배 아래 서열이 나누어진 또 하나의 질서 아래서 살아갈 뿐이니 말이다.
때문에 디오게네스의 철학은 정리하자면 '쓸데없는 것을 정의하고 이를 덜어내기 위한 것' 이 아닌가 한다. 그의 생각에는 끝없이 인간을 탐구하는 사고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데아에 도달하기 위한 '본질의 탐구'도 속된 말로 오지랖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디오게네스 스스로도 당시의 여느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의와 주장 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가 단순한 쾌락주의자였다면 "인간은 두 발로 걸어다니는 털 없는 동물"이라 주장한 플라톤을 향하여 '생닭'을 들이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전능한 신이 한낮 신상에만 깃들었겠는가?"라며 예배 절차를 무시한 자신을 비난하는 군중을 향해 입장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껏 세상의 질서와 선, 그리고 세상의 본질을 추구하며 이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을 다져온 것은 여느 절대적 존재가 부여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고뇌와 행동 등이 쌓아올린 것이다. 때문에 어느날부터 해당 과정에 얽매여 이전에 스스로들이 만든 '관습과 법' 등이 인간 본연의 사고를 방해하고 또 삶 자체를 파괴한다면... 과연 그 과정은 진정 필요한 것일까? 예를 들어 과거 고대 그리스 사회도 많은 모순이 드러난다. 수 많은 폴리스(도시국가)가 똑같은 신을 모시는데도 인간의 싸움의 와중(전쟁중) 서로가 자신이 더 신의 사랑을 받는다고 말한다. 공동체에서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뽑낸 인물은 어느덧 알력 싸움에 휘말려 추방당하며, 오늘날 유명한 고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또한 '사회 정의'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아테네 사회에 의하여) 살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