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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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의 스페인은 어떠한 모습일까? 이에 책을 읽기전 위의 이미지와 제목 등을 통해 유추해 본다면, 역시나 이베리아 반도의 '열정적이고도 활기찬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게 되면, 단순히 해당 나라의 상식을 벗어나 저자 스스로의 자아와 감성을 통해 마주한 비슷하지만 새로운 모습의 스페인이 표현되어 있기에, 이에 나는 그 무엇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보다 풍요로운 인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당신은 먼 나라를 제대로 알기 위해 그곳의 음식을 먹도 술을 마셔야 한다. 가려는 나라가 멀수록 신의 가호 아래 더 배부르게 먹고 마셔야 한다. (...) 세상의 모든 민족이 다양한 방법과 수단은 물론 다양한 향신료와 과정을 동해 지상의 천국을 이루고자 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

43쪽

실제로 아무리 시대가 다르다 해도 여행자로서 스페인을 접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굵직한 장소들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온전히 작가가 느낀 표현이 아니라면 그가 방문한 안달루시아와 세비아와 같은 도시와 거리, 건축물들과 미술 작품 등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느 여행기를 통해 마주할 수 있는 정보와 비교해 그리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저자의 문학적 소양으로 표현한 스페인과 그 속의 사람들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과 문화와 같은 감성을 투영하여 표현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그 문화가 누그러진 투우와 같은 '오락'의 경우에는 이 책과 같은 과거의 인물들의 기록이 아니라면 쉽사리 그 열기와 특징 또는 리얼한 묘사 등을 접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저자 역시도 프로들이 펼치는 드문 경기들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투우에서 보여지는 '일방적이고 불합리한(또는 불공평한)' 경기에 새삼 잔인함을 곱씹는 경험을 한다. 때문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후 새로워진 스페인에서 이전처럼 경기장에 투우 소의 피가 흐르지 않게 된 것도 이 저자와 같은 사람들의 인식이 더 넓게 퍼져 상식선에 올라섰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내가 스페인어를 충분히 알았더라면 그에게 다가가 말했을 것이다. '이봐요 때때로 우리에게도 잘못된 일이 생길 때가 있어요. 하지만 대중의 호의에 의존하는 사람의 빵은 쓴 법이지요'

150쪽

결국 그가 표현한 '기사도 정신에 따라 명예에 목숨을 거는 싸움'은 이제 스페인의 땅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걷던 거리를 함께하던 소수민족들의 개성과 저마다의 문화를 철저히 간직한 모습은 또한 '세계화'의 흐름에 보다 옅어졌을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나는 처음 이 책을 언급하면서 먼저 저자가 표현한 스페인의 모습 그 자체에 커다란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이에 저자의 소양이 제일의 조건이라 했지만, 어쩌면 그 당시의 스페인이 지니고 있었던 풍경과 생동감 또는 다양한 색체의 삶의 모습이 보여졌기에, 이에 저자 또한 이와 같은 기록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후대의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스페인이 이 다채로운 길을 계속해서 걸을 수 없었을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찰나?의 아름다움이 묘사된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나름의 '후대의 사람으로서 마주 할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역시 여행과 역사, 그리고 인류의 가치를 살피는 인문학적 요소에 있어서도 이 책은 그 나름의 역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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