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가 표현한 '기사도 정신에 따라 명예에 목숨을 거는 싸움'은 이제 스페인의 땅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걷던 거리를 함께하던 소수민족들의 개성과 저마다의 문화를 철저히 간직한 모습은 또한 '세계화'의 흐름에 보다 옅어졌을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나는 처음 이 책을 언급하면서 먼저 저자가 표현한 스페인의 모습 그 자체에 커다란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이에 저자의 소양이 제일의 조건이라 했지만, 어쩌면 그 당시의 스페인이 지니고 있었던 풍경과 생동감 또는 다양한 색체의 삶의 모습이 보여졌기에, 이에 저자 또한 이와 같은 기록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후대의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스페인이 이 다채로운 길을 계속해서 걸을 수 없었을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찰나?의 아름다움이 묘사된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나름의 '후대의 사람으로서 마주 할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역시 여행과 역사, 그리고 인류의 가치를 살피는 인문학적 요소에 있어서도 이 책은 그 나름의 역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