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장식하는 멋들어진 범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같이 이 책의 주된 무대는 바다와 배다. 특히 오랜 추리소설의 대명사와 같은 '셜록홈즈'의 저자인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이기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선상에서 벌어지는 밀실과 추리... 즉 좁고 도망 갈 여지가 없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갈등, 탐정과 범인 사이의 두뇌싸움 등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으나, 이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서스펜스를 즐기고 싶다면? 차라리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나, 김전일 시리즈와 같은 일본의 여러 매체(추리 만화나 드라마)를 접하기를 권한다.
그도 그럴것이 추리 단편선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은 흔히 상상하는 범죄와 수사에 대한 이야기가 전무하다. 차라리 고전적인 심령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 예를 들어 소설이 지어진 19세기, 아직 바다 사이를 당시 첨단의 증기선과 여전히 바람을 맞아 나아가는 범선들이 뒤섞인 모습이 보여주듯, 분명 그 시대의 사람들 또한 '과학 기술의 총아' 로서 보다 이성적 사고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더불어 아직 전통적 해양 지식이나 미신 등에 의지하는 선원과 같은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렇기에 소설 속 이야기에서 표현되는 어떠한 현상과 알 수 없는 사람의 행동에 대하여,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이를 인식하는 잣대 또한 오늘날과 비교해 상당히 다양하다.
단순한 정신병으로 보는 사람, 저주나 악령의 소행으로 여기는 사람... 아니면 아직 그들이 모르는 환경적 요인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논리적 의문과 해답을 갈구하는 사람 등 당시의 시대상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을 접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현대의 내가 이 소설을 보며 나름의 얻어가는 것이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제일의 이유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