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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일주 인문기행 - 이제는 시칠리아다! 역사, 문화, 예술, 신화를 아우르는 멀티플 여행
한상원 지음 / 슬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과거 지중해의 시칠리아는 그 위치와 풍요로움으로 인하여 주변 강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가 이집트를 속주로 삼기 이전까지 시칠리아는 한때 카르타고와 로마라는 강국 사이에 시달려왔으나, 이후 속주이자 '로마의 곡창'으로서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이후 역사 속에서의 시칠리아는 언제나 여느 제국의 통치 아래 세력권에 편입되어야 했고, 심지어 근대의 열강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동안에도 그 스스로의 자주를 희생한 번영... 즉 힘에 의한 굴종으로 얻어낸 평화를 바탕으로 여러 문화 등을 흡수해왔다.
물론 이러한 침탈의 역사가 비교적 과거 한반도의 역사와 비교해 나름 '고된 저항과 자주적 열망'등을 공유하는 접점을 발견할 수 있기에, 지금껏 많은 인문학자들이 고대 지중해 문명의 총본산인 로마(이탈리아) 보다 시칠리아 행을 택했다. 실제로 나 역시도 시칠리아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관찰하고자 하는 주제로 여느 서적 등을 접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책 역시 이전의 기억과 함께 나름의 잣대롤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서적은 스스로가 기행문이라고 칭한 것 만큼 저자 개인의 체험 의외의 기록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인문학적 가치를 직업으로 학문적 탐구를 지속하는 사람의 글과, 자신의 내면에 쌓여있는 인문학적 척도를 근거로 대상을 관찰하여 써내려 간 글은 비록 그 주제는 같을지 모르나, 내용의 성격은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시칠리아를 방문하여 수많은 장소를 돌아다닌 것은 비교적 그 장소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생각이 된다. 비교적 다양한 문명의 지배를 당해왔기에, 그에 따른 유적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는 섬, 그리고 세계2차대전이후 시칠리아의 역사와 문화적 독창성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정치.사법의 혼란을 말미암아 조직된 마피아에 의해서 도리어 과거의 지배와 다른 형태의 또 다른 (보다 직접적인 폭력의) 지배를 받아온 과거를 뒤로하고, 아직 가난하지만 아름다움을 간직한 지중해의 시칠리아는 지금도 그 아픔의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내일의 충실함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무역항?인 시칠리아는 지금껏 위대한? 문명의 영향력 아래 다양한 문화를 축적해왔다. 때문에 문득 생각해보면 위에 언급한 '시칠리아만의 독창적인 문화와 그 증거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때가 있다. 이때 아쉽게도 이 책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의 발걸음에 도달한 다양한 장소에서 과거 시칠리아를 위해 헌신한 사람, 또는 시칠리아를 무대로 문화적 메시지를 남긴 사람들의 여러 면면을 살펴보게 된다면, 그 나름대로 그 문화의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