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인생, 천년 나무를 탐하다 - 천 년을 살고 새천년을 살 나무, 사람 그리고 이야기
이정종 지음 / 렛츠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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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면 시골집 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고, 외가 아래에는 형형색색 천을 휘감은 사당나무가 있었기에, 이른바 '고목'은 딱히 어느 특별한 사연을 지닌 것이 아닌 일상의 생활속에서 마주치는 이정표이자 자연물로서 그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풍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자 그 당연한 것들이 사라져갔다. 물론 사당나무를 기리는 굿판도 더이상 벌어지지 않고, 추석 가을 충분히 무르익은 감을 따겠다고 친척과 이웃 모두가 나서는 진풍경도 그저 빛바랜 기억 한켠에서 꺼내올 수 있는 추억거리에 불과해졌다. 이처럼 개인의 기억도 이러한데 이 책의 이야기처럼 대한민국의 고목들은 과연 현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과거처럼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까? 아니... 지금까지도 남아있게 된 나무조차 부동산 개발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일부로 고사시키거나 뿌리뽑아버리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들은 이 땅의 나무들을 어떤 '의미있는 존재'로써 인식하고 또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고목들은 오랜 신라, 고려 또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을 거치며 나름의 위인들의 손에 의하여 키워지고 또 역사의 한켠에 서서 그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아왔다. 때문에 단순히 오래된 나무는 그 나이와 희귀성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간의 역사, 즉 문자화된 기록 뿐만이 아닌 현장 그 자체에 쌓여 있는 사연 등을 증명하는 존재로서도 충분히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 주암리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백제의 흥망성쇠뿐 아니라 고려의 멸망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나무다. (...) 사람이나 식물이나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217쪽

다만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마치 비석이나 표식처럼 어떠한 것을 상징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그저 반쪽 뿐인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 따르면, 오랜 시간 이 땅에 살아간 사람들이 오래도록 나무를 특별히 아껴온 것은 열매나 구황작물 또는 약제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그 사용법을 확장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나무는 어느 신앙적 가치를 지니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유익한 자원을 건내주는 존재로서 저마다 해당 지역사이에서 다른 가치를 드러내왔다. 그렇기에 이것이 이어지고 또 '전통의 굴레 아래 계승되어지며' 한민족의 전통으로 정착해온 것을 정의해 고목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역사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러한 계승이 점차 새 시대에 이르러 미약해지거나, 소멸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느 답사기의 형식을 빌려, 그나마 기록으로서 민족의 특성을 드러내고, 그 전통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보다 많은 독자들이 이에 공감을 표하기를 바라지 않는가? 하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접하며 생각한 감상 중 하나였다.

몇백년의 세월을 간직한 주변의 나무와 문화재들이 잘 관리되고 후대에 전해져야 한다. 그 안에 같이한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와 삶이 묻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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