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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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전쟁' 을 목격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여파로 인하여 (대한민국 또한) 이전 시대의 국가 간의 상식과 안보의 불균형 또는 경제 침체와 식량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일상에서의 불안'을 감수해야만 하는 때가 도래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 여하에 따라, 전쟁을 직접겪는 국가가 마주해야 하는 문제... 즉 '전쟁이 인간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것'을 겪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매우 다행스러운 것이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앞서 언급한 감상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마련하여 준 이 소설의 내용은 주로 과거 세계2차대전의 '스탈린 그라드'를 무대로 흘러간다. 그야말로 '생쥐전쟁'이라 불리울 만큼 군인과 민간인 모두가 뒤엉켜 희생을 반복해야 했던 전쟁터에서, 이에 저격병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당시 전장의 특수한 상황이나, 주인공들의 배경... 또는 시대의 희생자로서 만이 아닌, 전쟁 자체가 무너뜨린 '다양한 삶'의 이면에 드러나는 인간의 존재, 즉 평범한 인간으로서 지녔던 윤리관과 존엄성을 빼앗긴 이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일수 있을까에 대한 저자 나름의 표현을 마주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지금은 죽인 사람의 숫자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하라고 이리나가, 군대가, 국가가 말한다. (...)

나를 지탱하던 원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송두리째 소련 군인의 그것으로 교체되었을까?

각설하고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 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러시아 소설에 뒤지지 않는 과거 대전시기의 소련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이 가상의 이야기를 쓰기 위하여 참고한 문헌의 질과 양만 보아도 단순히 군사적 과정에 흥미를 지니거나, 역사 고증에 집착하기만 하는 마니아를 넘어, 보다 이 세밀하게 세워진 배경 속에서 흘러가는 이야기... 즉 당시 가장 유약했던 이들이 미래가 아닌 '삶과 죽음'만을 강제당하던 때 보여주었던 가장 미약했던 존엄의 자취(우정, 사랑, 희망 등)가 그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에 대하여, 이에 현대에 이를 가장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독자들이 다시끔 위의 가치... 또는 전쟁은 그 고귀하고도 당연한 가치를 손쉽게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저자가 이 소설을 지은 가장 큰 목적이 아니였을까? 하는 감상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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