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와 천조의 중국사 - 하늘 아래 세상, 하늘이 내린 왕조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단죠 히로시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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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의 동북공정과 중국몽 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이들이 그 배경에 그들의 독특한 이념 (소위 중화사상)이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를 토대로 이들이 '자문화 중심주의'에 비추어 중국식의 국제관을 들이대는 것이라 생각해본다면... 이는(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오만하다고 밖에볼 수 없겠지만, 더 나아가 이 책의 주제와 같은 '천하관' 즉 하늘 아래 존재하는 수 많은 나라를 간의 질서를 재확립하기 위한 중국의 야심, 또는 과감한 행보라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는 21세기의 중국이 앞서 국제관계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었다는 점에 있어서, 여느 다른 여러 국가들에게도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국가간의 경쟁 구도에 있어서, 상대의 역사적 인식 등은 그다지 타국에 있어서 커다란 영향력 (또는 변화)을 미치지 못했었다. 물론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같이 각 국의 국민 사이의 불매운동과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직접적으로 국가간의 통치와 국방 또는 외교에 있어서 기존의 노선을 급선회시킬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와 중국에서 보여지는 '국가지도자의 결단' 또는 역사적 인식과 사명... 또는 이념에 사로잡힌 지도자의 실질적 국정운영을 통하여 많은 이들은 실제 이를 통하여 전쟁이 이루진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일본인인 저자 또한 과거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시작으로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의 우려가 떠도는 현실을 우려하며 그 (중국의 국가)이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천조'를 키워드로 보다 세밀한 역사적 개념을 파악하려 한다.

중국 측의 고압적인 태도는 (...) 고대부터 중화 제국이 주변 여러 국가들에 대해 취하는 하나의 행동 패턴이였다. (...) 현대의 중국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전통적 중화 제국의 행동원리를 추적하고 탐구하여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4쪽

각설하고 중국사에서 비추어지는 본래 전통적인 '천하'와 '천조'는 기본적으로 전통적 중화제국을 이루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이념적 논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점차 '천자의 조정'이 스스로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국가 간의 우열을 가리며, 심지어는 수 많은 이민족 왕조들이 중화의 이념과 '천하 시스템'을 이해하고 동화하며, 존속하며 발전시키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후 천조의 개념이 다른 통치 시스템과 비교하여 그 선진적인 지위와 실질적 영향력 등을 오롯이 누리며 세분화하고 또 필요에 따라 발전시켜 왔음을 증명한다.

언뜻 보면 동아시아에 통일성과 통합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근본적으로 각 국가의 행동을 규제한 것은 역시 전통적 천하관이였고 (...) 천하의 관념을 매개체로 국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천하 시스템 (...)

367쪽

그렇기에 과거 오랜 동아시아의 선진문화로서 기능해온 천조시스템이 결국 이를 배제한 '바다의 문명'에 의해 몰락하고 말았다는 역사적 사실은 분명 오늘날 중국사를 마주하는 그들(중국인)에게 있어서 가장 치욕적인 것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제 오늘날의 국제 사회를 연결하는 개념 자체가 더이상 중화를 바탕으로 한 '천하의 질서'를 필요치 않게 되었기에, 이에 다시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중국의 여러 행동에 대하여 때때로 낮설거나 이해되지 않는 경우를 간간히 마주하게 된다.

결국 단순한 패권국가만이 아닌, 잃어버린 자존감도 함께 되찾겠다는 중국의 포부는 단순히 중국 스스로의 정치이념에 녹아있는 것이 아닌, 세계의 여러 균형과 이해관계를 건드리고 있다. 이에 오늘날 여러 매체에서 보여지는 제제와 비난, 협박과 협력이 교묘하게 반복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에 그 모든 변화의 주점이 중국이라 비난하는 것 만이 아닌, 더 나아가 이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은 무엇이며, 이를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현실에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지... 그 나름의 해답을 역사를 통해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우선 '적을 아는 것'도 필요하니까."

오늘날 주변 여러 국가들에 계속 불안감을 안겨주는 적극적인 해양진출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 고유한 영토를 회복한다는 '위대한 부흥'에 불과한 것이다. (...) 여러 국가들을 일체 도외시하는 이러한 발상 자체는 전통적인 중화 제국의 천하관이 아니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

4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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