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1~2 세트 - 전2권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
도널드 L. 밀러 지음, 이동훈 옮김 / 행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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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은 (개인적으로) 과거 영화에서 보았던 여러 이미지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 많은 폭격기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고, 이후 쏟아져내리는 무수한 폭탄들이 도시를 처참하게 파괴하는 것과 같이... 이전 세계2차대전의 모습 중에서, 이처럼 일방적이고 독보적인 이미지는 '폭격' 과 '전함'(해전)외에 달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 속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위에서 언급했던 단어 중 '일방적이다'라는 것은 그다지 올바른 인식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파일럿'을 다루는 여러 가상의 작품들에서는 이들이 보다 낙천적이고 또 남다른 용기와 실력을 갖춘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비추어진 '하늘의 군인'들은 흔히 세계대전을 치루며 주장하는 국가들의 명분이나, 용기와 헌신보다는 스스로가 어쩔 수없는 운명에 두려워하고 반대로 이를 억누르며 바둥거리는 모순적인 모습 또한 자주 드러내고는 한다.

폭탄창 문이 닫히면 승무원들은 이제 항공기라는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권 / 33쪽

더욱이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한 장거리 (정밀)폭격의 개념을 실전에 적용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 불완전한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군인들이 무수한 희생을 치루며 완성시켜가는 모습은 결국 서로가 막대한 희생을 치루어야 하는 전쟁의 본질 또는 무지막지함을 드러낸 가장 큰 예가 아닐까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전쟁과 그 속의 폭격의 실행과정에서 볼 수 있는 최대한의 다양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에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전장을 직접 겪었던 생존자들의 증언과, 그 기록 등이다. 흔히 육지와 바다에서 싸우는 군인들과는 달리, 하늘의 항공기에서 개인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기에, 이에 그들이 느끼는 부담과 공포, 또는 여러 정신적 소모로 인한 다양한 질병의 발발에 이르기까지... 결국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현상을 마주하며 이를 무엇으로 극복해야 하는가는 전쟁의 수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를 제공한 것이다.

물론 그러한 과제를 당시의 '연합군'이 완전히 풀어낸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오늘날의 독자들이 쉽사리 생각하기 힘든 전쟁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체제와 구조의 한계, 또는 인간이 행하는 파괴적이고 충동적인 행위를 통해 더욱더 '리얼한 전쟁의 모습'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결과만이 아닌, 승리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정함과 비인간적 사고 또한 어느정도 용인되고 만다는 사실을 비추며, 이를 접한 나의 감상을 씁쓸하게 만든다.

패배가 목전에 닥쳤지만, 항복을 거부하는 이 혐오스러운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 공군 폭격기 부대 전체가 베를린 상공에 나타난 그때, 미군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도덕적 한계를 이미 뛰어넘어버렸다.

2권/ 221쪽

결과적으로 폭격은 연합군에 있어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목적에 충실히 부합했지만, 처음 폭격의 개념을 통해 기대되었던 현상과 결과에는 미치지 못한 아이러니를 낳았다. 물론 후방의 여러 산업시설과 도로망, 군사거점을 폭격해 심대한 타격을 줌으로서 전쟁수행능력을 마비시키는 것은 어느정도 그 효과를 달성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폭격을 통해 상대의 전쟁 의지와, 대중이 자신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과 반전의식을 끌어올린다는 추상적 목적에 있어서는 그 당시의 전쟁에서도... 또한 오늘날 보여지는 전쟁의 모습에서도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제 오늘날의 환경에서 대량의 항공기를 동원한 폭격은 일어날 수 없다. 더욱이 미사일과 같은 이전 수단을 대체할 첨단무기들이 발전한 단계에서, 어쩌면 이전의 폭격의 개념과 목적 등은 그저 빛바랜 이전의 역사적 가치만을 기닌 것에 불과할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아리러니하게도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첨단 기기의 '새로운 폭격'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 결국 보다 진보한 과학과 기술적 쾌거와는 다르게, 인간은 그다지 진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특히 후방을 타격하는 '드론 폭격'이 무엇을 어떠한 목적으로 행하여지는가? 에 대한 현실적 진단을 하는데 있어서도, 아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품고 있는 여러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이러저러 생각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과거를 통해 오늘날의 현상을 진단하는 것' 의외로 이 책은 오늘날의 전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 셈이다.


공포 폭격은 인간이 큰 재난에 반응하는 방식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독일 국민들의 봉기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낙관적 시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 적국 국민의 사기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것으로 전쟁을 종결시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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