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어쩌면 수 많은 침략을 견디며 이어온 한반도의 역사에 비추어, 이 시칠리아의 역사 또한 보다 가까운 동질감을 느끼며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시칠리아는 주변의 거대한 국가들의 각축장이 되어, 오래도록 다양한 문명의 지배를 받았고, 특히 그 지배의 성격 또한 수탈에 가까운 것 이기에, 이에 그 빼앗긴 삶의 그림자를 타인이 오롯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허나 적어도 저자는 이 하나의 섬을 마주하며, 단순히 '지중해 문명의 영향 아래 놓여있었던 땅'이 아닌 시칠리아와 그 속의 사람들이 겪었을 보다 사실적이고 비참한 역사에 대하여, 독자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책이 지어진 이유 또한 단순히 해당 역사를 나열하는 것만이 아닌 직접 그 땅에 서서 여러 경험과 감상을 얻는 '여행자'를 위한 조언이기도 하기에, 이에 독자들은 스스로 여행하며 만들어 갈 수 있는 각자의 '렌즈'를 얻기 이전에 그 해당 사람들의 정서와 내면... 또는 상처를 살필 수 있는 소위 지식에서 발현된 또 다른 렌즈를 지닌 체 여행을 만끽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