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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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문화적 특징과 사람들의 정서를 드러내는 책은 분명 이를 접하는 수 많은 독자들의 견문을 넓혀준다. 허나 적어도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해당 내용을 떠나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땅히 '존립하는 것을 소망하는 것'이 마땅하건만... 어째서 나는 지금까지 그 땅의 오랜 예속의 역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을까?

어쩌면 그것은 과거 접했던 '로마인 이야기'에서 보여진 것과 같이 이들을 '속주'로 삼은 (고대) 문명이 매우 뛰어난 명성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에 저자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신화적인 영향력과 함께 대륙을 이어주는 지중해의 교두보이자 '풍족한 식량창고'로서 오랜시간 시칠리아를 속박했던 여러 국가들에 대한 사실적 역사를 드러낸다. 때문에 오늘날에도 (과거)여러 영향을 받아 남아있는 아름다운 신전과 성당과 같은 유적들이 남아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정서'를 살펴보게 되면, 안타깝게도 지중해의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과는 다른 차갑고도 매마른 감정이 묻어나온다.

라티푼디움은 노예들에 의해 경작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시칠리아가 노예의 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로마인들이 결정한 시칠리아의 운명은 스페인의 부르봉 왕조의 지배가 끝날 때(1861년)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137쪽

이에 어쩌면 수 많은 침략을 견디며 이어온 한반도의 역사에 비추어, 이 시칠리아의 역사 또한 보다 가까운 동질감을 느끼며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시칠리아는 주변의 거대한 국가들의 각축장이 되어, 오래도록 다양한 문명의 지배를 받았고, 특히 그 지배의 성격 또한 수탈에 가까운 것 이기에, 이에 그 빼앗긴 삶의 그림자를 타인이 오롯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허나 적어도 저자는 이 하나의 섬을 마주하며, 단순히 '지중해 문명의 영향 아래 놓여있었던 땅'이 아닌 시칠리아와 그 속의 사람들이 겪었을 보다 사실적이고 비참한 역사에 대하여, 독자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책이 지어진 이유 또한 단순히 해당 역사를 나열하는 것만이 아닌 직접 그 땅에 서서 여러 경험과 감상을 얻는 '여행자'를 위한 조언이기도 하기에, 이에 독자들은 스스로 여행하며 만들어 갈 수 있는 각자의 '렌즈'를 얻기 이전에 그 해당 사람들의 정서와 내면... 또는 상처를 살필 수 있는 소위 지식에서 발현된 또 다른 렌즈를 지닌 체 여행을 만끽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칠리아는 세계를 보는 창이였다.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사라센, 노르만이 시칠리아에 긴 문명의 족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 복잡다단한 권력 투쟁의 역사 속에서 수탈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고통은 오롯이 시칠리아 주민에게 남겨진 몫이였다.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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