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 코러스(KORU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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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사 중에서 한국전쟁(6.25)은 정말로 '비극'이라는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국가와 민족 사이에 크나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예를 들어 이처럼 전쟁에 대한 서적을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나의 할아버지 세대는 해당 전쟁을 겪은 당사자이자, 기억의 전달자(나에게 있어) 였으며, 이후 나의 삶을 살아가며 맞닥뜨린 여러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사건 등을 통하여, 어쩌면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이 놓여진 '휴전국가'라는 상황을 일상의 과정속에서 문득 떠올릴 많은 계기를 맞이했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오늘날 다시금 한국전쟁의 본질을 떠올린다는 것은 적어도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최소한 안보에 대하여 (비교적) 공통적인 필요성을 공유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물론 나 또한 순수하게 역사와 학문적 의미로 한국전쟁의 발발과 과정을 살피고, 또는 역사적 교훈 등을 설파하기 위한 여러 서적을 접한 기억이 있기때문에, 이 책 또한 위의 목적 가운데서 가장 본질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 책은 하나의 보다 신선한 감상을 전해주는 장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당시 외국인이자, 언론인의 관찰적 경험을 토대로 기록되어진 전쟁 수뇌부와 주변 군인들 또는 한반도의 사람들의 보다 생생한 인간미?를 접하는 것이였다.

비에 젖은 거리 위에서 피란민들이 우리 미국인의 작은 차량 행렬에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 그들은 미국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애처로울 정도로 뚜렷한 확신을 가진 듯 했다. (...)

"제발 우리가 저 사람들을 낙담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25쪽

실제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합군의 이미지(또는 상징적 의미)는 대체로 '민주주의의 수호' 또는 '숭고하고도 단단한 이념'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책이 그러한 가치에 반하거나 또는 흠집을 내려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자는 당시의 전쟁의 와중 보여진 여러 모습 가운데 전쟁에서 보여지는 적의와 공포... 또는 최종적인 승리와 목표 달성을 위한 치밀한 고집과 비정함 등이 어우러져, 보다 책의 제목에 걸맞는 가혹함에 대한 여러 실제 사건 등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제3자로부터 압력을 받은 일부 정치인들이 장병들의 생명을 구해 줄 수 있는 무기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함으로써, 수 많은 장병에게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고지를 점령하라고 불필요한 명령을 내리는 우리 지휘관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

이 말을 하는 동안 해병 대령의 뺨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339쪽

그렇기에 의외로 이 책은 전쟁의 참상에 대한 보다 리얼한 '르포르타주'이기도 하지만, 당시 여러 상황과 이념 등이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예로 여성이자, 기자로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저자 또한 전쟁의 와중 휴전 협상이 진쟁되자, 다른 여러 강경적인 입장을 지닌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더욱 적극적인 전쟁 개입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물론 이는 그녀가 당시의 국제정세와 미국과 연합군의 지위와 이익을 두고 고민하는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운 '순수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에, 결국 전쟁사에서 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의지의 이면에는 전쟁을 발생시킨 존재에 대한 '적의' 전쟁에 희생되는 연합군과 한국군 (또는 민간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쟁을 보다 정의로운 방향? (어쩌면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 이 어울어진 결과라는 것을 한번 마주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생각한다.

하긴스의 소망이란 미국을 위시한 유엔이 한국인의 자유를 말살하기 위한 침략전쟁을 도발한 (...) 항복을 받아내어 한반도에 자유 통일국가가 건설되는 것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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