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반대로 동양의 문화, 또는 대한민국의 문화 속에서도 '싸우는 상황 속에서의 발전'이란 학문적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 그다지 오늘날 한 국가와 민족 속의 (필수적인) 문화로 뿌리박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으며, 조총의 기술과 운영방법을 받아들인 것처럼 역사에 비추어 한반도의 역사 이곳저곳에도 싸움을 통해 변화한 예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분명 동양의 전통적 수직관계(조공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학문적 정서 등이 약했더라면 분명 한반도의 문명 또한 가혹한 발전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스스로를 지킬 힘을 발휘했을 것이라 믿는다.
결국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보여지는 변화의 촉진은 '장애' 와 '충돌' 가운데서 일어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때때로 역사의 진보는 '인류의 뛰어난 창의와 도전에서 발현된다.' 라고 생각하는 정서에 비추어볼때, 이 책은 그 내용자체가 단순히 건조함만이 아닌 '처절함'을 떠올리게 되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찜찜해지는 것 같은 감상을 준다. 그럼에도 전쟁과 파괴, 뒤쳐진 이의 '멸망'을 양분삼아 성장한 유럽의 문화가 오늘날까지 미치는 영향, 또는 쉽게 정치외교학의 '상식'으로 꼽히는 힘 없는 정의는 미약하다(...)의 가치가 여전하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이 책 속의 처절한 변화는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