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혁신 - 혁신을 원한다면 반역자가 되라
이주희 지음 / EBS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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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통해서 경험한 바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은 '기한'(또는 마감) 앞에서 가장 부지런해지고, '커트라인'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남다른 힘을 낸다. 물론 이러한 예와 달리 평소의 루틴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나 개인의 기억에 의지하자면 인간은 때때로 막다른길에 몰린 이후에 비로소 최소한의 성취를 이루어내는 기묘한 행동을 쉽게 보인다.

이처럼 이 책의 내용 또한 위의 '막다른 길'을 예로 든 수 많은 역사적 사실이 비추어진다. 물론 세계사 속에서 동서양의 발전과정의 변화와 환경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이에 '화학혁명'이후 나누어지는 근대의 역사를 기점으로 어째서 동양은 서양의 혁신과 발전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뒤쳐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매우 비정한? 이야기를 풀어 나아간다.

이집트를 위해서 대승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고 기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준다면 현명하고도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 집단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혁신적 기술은 항상 기득권을 공격하게 되고, 혁신은 권력투쟁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75쪽

예를 들어 화학 혁명의 본질은 단순히 총기의 등장과 발전을 통한 '전장에서의 위력 강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적어도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총기로 무장한 병사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필요한 보급품의 종류가 변화할 것이고, 과거와는 다른 훈련법이 필요할 것이며, 더욱이 과거의 국가의 중추로 활약한 '전통적 군대'를 해체하고 변화시키는 과정 중에서 수 많은 갈등 또한 피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에 서양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변화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언제나 '전쟁'이 있었다. 유럽대륙과 중동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와 민족, 또는 종교와 이념을 동반한 수 많은 갈등을 풀어 나아가는 과정에서 전쟁은 심심치 않게 일어났으며, 이에 수 많은 국가들은 저마다의 '생존'을 이유로 '경쟁자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강요 당했다.'

모두가 사력을 다했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이웃나라를 완전히 제쳐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 아무리 천재적인 전략가가 나와도 기껏해야 반걸음 정도 앞서는 것이 고작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54쪽

그러나 반대로 동양의 문화, 또는 대한민국의 문화 속에서도 '싸우는 상황 속에서의 발전'이란 학문적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 그다지 오늘날 한 국가와 민족 속의 (필수적인) 문화로 뿌리박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으며, 조총의 기술과 운영방법을 받아들인 것처럼 역사에 비추어 한반도의 역사 이곳저곳에도 싸움을 통해 변화한 예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분명 동양의 전통적 수직관계(조공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학문적 정서 등이 약했더라면 분명 한반도의 문명 또한 가혹한 발전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스스로를 지킬 힘을 발휘했을 것이라 믿는다.

결국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보여지는 변화의 촉진은 '장애' 와 '충돌' 가운데서 일어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때때로 역사의 진보는 '인류의 뛰어난 창의와 도전에서 발현된다.' 라고 생각하는 정서에 비추어볼때, 이 책은 그 내용자체가 단순히 건조함만이 아닌 '처절함'을 떠올리게 되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찜찜해지는 것 같은 감상을 준다. 그럼에도 전쟁과 파괴, 뒤쳐진 이의 '멸망'을 양분삼아 성장한 유럽의 문화가 오늘날까지 미치는 영향, 또는 쉽게 정치외교학의 '상식'으로 꼽히는 힘 없는 정의는 미약하다(...)의 가치가 여전하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이 책 속의 처절한 변화는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사실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없는 신이였다. (...) 그런데 헤시오스는 이 인기 없는 여신에서서 인류를 위한 진보의 원동력을 찾아냈다. 바로 시기와 질투의 힘이다. 부자를 시기하고 이웃을 질투하는 마음이 경쟁을 촉발하고 진보를 낳는다. (...)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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