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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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대체적으로 후대의 사람들을 위해서 남기는 기록이 아니다. 더욱이 특정한 국가나 기관 또는 법률이나, 여느 행정적 증거를 남기기 위한 공적인 기록도 아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개인의 소식과 안부 등을 묻는 편지의 가치는 적어도 역사의 큰 틀에서 보았을때, 그 해당 개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록이자, 당시 시대의 풍속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어느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때때로 역사적으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편지는 그 내용을 떠나 다른 의미(가치)를 지니게 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소개된 인물 중 '에이브러햄 링컨'의 경우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남북전쟁의 대의'에 대하여 제일로 '흑인 노예 해방'을 떠올리고는 하지만, 막상 링컨의 편지를 살펴보게 된다면, 이는 일종의 자애와 숭고함이 아닌, 단순히 분열된 연방을 (빠르게)수습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자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싸움에서 내가 원하는 최대 목표는 바로 연방을 지키는 것이며 노예제를 유지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 어떤 노예도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

189쪽

이처럼 편지의 형식을 지닌 여러 기록물을 바탕으로 독자는 때때로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세상 속 '상식'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편지'나 '일기'와 같은 기록의 성질 자체가 본래 수 많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입장에 선 '공인'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솔직한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솔직함이 역사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었을때, 그 가치는 의외로 수 많은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계기 또한 마련하여 준다.

과거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여왕이 사형전날 '시누이'에게 보낸 편지는 그저 개인이 개인에게 여러 당부의 글을 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이를 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은 이를 통하여, 과거 프랑스 혁명의 분위기와 왕실의 비극, 또는 역사적으로 '여왕이 악녀로 만들어지는 과정'등을 살펴보며 그 편지 배후에 숨어있는 수 많은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기회 또한 잡게 되는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는 그녀가 죽는 순간만큼은 자애로운 '어머니'이자 다정한 '올케', 남편의 죽음을 따라가며 모든 사람을 용서 하고 용서를 구하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용기 있는 여성이였음을 알려 줍니다.

101쪽

그러나 본래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하여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은 크게 유물(또는 유적)과 기록의 존재이다. 이에 이 책은 역사적 흔적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요소 중에서 개인의 기록 또한 왕조의 기록이나 실록 등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가치인 '진실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있어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장하는 것 같은 감상을 준다. 오늘날 우리들은 세계2차대전의 여러 참상을 알지만, 그 사실을 접하는데 매우 두꺼운 세계 2차대전사보다, '안네의 일기'의 도움을 더 크게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편지에 적힌 기록만이 아닌, 그 속에 녹아든 감정의 유무, 그리고 그 시대 본연의 가치관에 기댄 글쓴이의 배경과 사고방식... 더욱이 해당 편지가 상대를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게 하는가에 대한 수 많은 조건들을 살펴보면, 어쩌면 이에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대중들이 역사를 판단할때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바로 인간미가 녹아든 역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이 전해주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편지에는 공식적인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연들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진정한 인간의 목소리와 절절한 사연이 편지 속에 숨어 있기 때문입이다.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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