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 정조의 리더십과 무예도보통지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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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에서, 물론 어느 하나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역시 국방의 중요성만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를 토대로 과거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안타깝게도 수많은 전란의 사실들이 드러나듯이 과연 당시의 국가가 스스로의 영토와 백성을 지켜야하는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였는가에 대한 당연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책의 주제인 무예를 더해 이를 토대로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한 임금 '정조'가 지니는 의미를 들여다 볼때, 과연 정조는 어떠한 이유로 무예 체계를 계승하고 또 표준화하려 하였는가에 대한 (책의) 내용 등에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 임진왜란 등의 전란을 겪으면서 '적'을 상정한 군제개혁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달리, 정조의개혁 이면에는 국방과 더불어 왕권(정치적 입지)의 강화라는 (그에게 있어 절실했을) 목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조선군은 또다시 기병 전술을 보완해야 했다. (...) 누구나 쉽게 무예를 익힐 수 있는 무예도보통지를 펴냈다. (...) 정조가 '이 책을 한 번만 폈다 하면 무예의 신묘한 작동법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정도' 라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였다.

121쪽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라는 선언과 함께 권좌에 오른 임금이 맞닥뜨려야 했을 현실... 또는 과거의 잔재(또는 위협) 를 벗어던질 새로운 이상향의 나라를 재정비하기 위해서 행하였을 개혁의 이면에 당연히 국방의 모습 또한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더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저자는 스스로 무예도보통지를 비롯한 조선의 병서를 통해 현대에 조선의 무예를 실현하는 사람으로서, 그 무예 내면에 녹아있는 조선의 개혁을 드러냈다. 어느 누구나 무예를 익힐 수 있다. 그리고 '타국의 것' '과거의 것'을 보다 조선의 문화적 정서에 걸맞는 최신의 무예로 다시 변화시켰다. 더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 조선의 무예를 재현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다' 라는 사실을 통해서 (비록 미완이라 정의된다 하여도) 정조가 실현시킨 과업 등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독특한 특성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권법을 보급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만의 독특한 무예 전파 방식이자 정착 과정이였다. (...)그래서 무예를 '문화'의 일부로 살펴야 한다. (...)

228쪽

국가가 백성들에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한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정조가 품은 이상 가운데 다장 핵심적인 가치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여러 제도를 정비하며 국가의 재정과 행정등과 같은 전문적인 영역의 변화가 가져온 변화와 그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수원화성'의 존재를 마주하는 것도 정조의 시대를 살펴보는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의 주제인 무예와 그 속에 담긴 '정신'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결국 그것이 대부분 정조의 이상에 반영되어진 결과라 하더라도, 이에 단순히 정조 스스로의 (왕권 강화) 필요 만이 아닌, 그 필요 속에서 발현된 제도 (개혁) 등을 통해서라도 조선 백성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 일으킨 사실 등을 살피고 또는 그 변화의 장점등을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정조는 겉으로는 밝고 환한 미래를 이야기하며 만백성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사심이 작용해 궁극적인 가치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비록 사심으로 시작한 일이더라도 진정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사람들에게 더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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