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그리고 유신 - 야수의 연대기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신의 의미는 본래 '새롭게 한다' 라는 뜻이다. 이에 일본의 메이지 시대 즉 '메이지 유신을 이해할 때' 여느 많은 사람들은 서양화와 근대화가 병행되어 진행되어진 겉모습에 집중하기 쉽지만, 이 책은 보다 더 나아가 유신을 이루는 과정에서 형성되어진 일본인들의 정서와 이데올로기... 즉 유신이 만들어낸 이상향이 결국 일본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려 한다.

예를 들어 세계 대전 중에서 보여준 일본군의 이해할 수 없는 전술적 행동과 잔혹함 등은 단순히 전쟁이라는 배경이나 일본인 특유의 국민성 때문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매우 섣부른 판단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순간의 새로움(유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관념이 아니라, 오랜 역사적 정념으로 실행한 변화가 서구의 기술을 포함한 근대적인 여러 수단을 도구삼아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낸 것이 원인이 아닐까?

메이지 유신은 자신들이 속한 세계는 신성하며, 그 세계를 위해 낭만적인 죽음을 감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여럿이 공유해야만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제 유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랜 '일본의 정념'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면... 과연 어떠한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유신의 실행자들이 공유한 여러 미덕의 제일은 '존왕양이' 일본의 천황에 대한 숭상의 가치가 녹아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들의 행동하는 가치 속에는 자신 스스로가 믿는 신념을 위하여 기꺼이 칼을 빼들고 생명을 내걸 수 있는 봉건적 사무라이 의식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비교적) 이를 계승한 현대의 많은 사람들 또한 소위 유신지사라 불리운 사람들의 대부분을 평가 할 때 '목표로 하는 세계를 완성시킨 결과 뿐 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 자체에서도 의미와 낭만을 발견하려 한다.

물론 그 시대 당시에도 '애국지사'를 판단하는 기준에 위와 같은 낭만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어 왔다. 그러나 단순히 역사적 흐름의 사실관계를 학습하는 것만이 아닌 오랜 (일본에 의한) 식민지와 대한민국 스스로의 새로운 '유신'을 맞이해야만 했던 과거을 떠올려볼때, 한국인에게 있어선 그 유신의 낭만 뒤에 숨겨진 '국가주의' 또는 '패권주의'의 위험성을 보고 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나친 유신의 미덕에 대한 공유와 확산이 불러온 '가치관'중 가장 위험한 것이 무엇인가? 어쩌면 그것은 "먼저 국가를 위해!" 라는 가치가 통용되었던 나라와 그 아래의 사회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일본이 내전과 전쟁을 기회삼아 변화를 이루어 낸 성과를 또 반복하고 추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위와 같은 가치가 일본인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로 보여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결국 그 가치는 새로움을 만들어낸 유신 또한 오랜 일본인 '충성'의 가치를 변화시키기는 커녕 더욱 증폭시켰다는 뜻도 된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룬? 오늘날은 그 과거를 통해 또 다른 미덕(자유와 민주)을 받아들인 상태이다. 그러나 유신의 그늘은 이러한 현재에도 때때로 사람들의 위에 드리워진다. 과연 어떠한 때 유신의 정신이 부활하는가? 이는 어쩌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유신의 내면을 오롯히 이해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윤리적 세계에서 목표와 수단은 분명한 주종관계를 이룬다. (...) 수단은 목표를 위해 존재하지만, 목표 또한 수단의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한다.

2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