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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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때 어쩌면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 가운데 제갈량은 과연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을까? 예를 들어 흔히 대중 사이에 퍼져있는 제갈량의 이미지는 '몇 주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이야기 속 그는 전장의 싸움이 일어나기도 이전에 전략적인 분석을 끝내고, 전술적인 세세한 작전에 대한 명령을 내린다. 그 뿐인가? 상대방의 진의를 판별하고 또 역으로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행동은 천하의 주유마저도 통탄 속에서 죽음을 맞게 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미 오랜시간이 지난 오늘날 '수 많은 매체의 영향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삼국지정사와 연의를 구분짓기 시작했고, 또한 그에 해당하는 수 많은 인물들의 오랜 상식등을 수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위의 제갈량에게 덧씌워진 특별함은 소위 나관중에 의하여 각색된 것이 많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연의의 과장됨과 사실의 간격 사이에서 진실과 거짓을 확실히 나누려고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있어서만큼은 그러한 구분은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상은 결코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라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존재이다.(...)

48쪽

각설하고 이 책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내용은 모두 삼국지연의에 기초한다. 때문에 (일부 사실에 기반한) 가상의 이야기와 괴학적 통찰을 현대에 적용시키는 심리학의 개념이 서로 융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걱정스러운 감상이 들 때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 가지고 싶어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점철된 제갈량에게 심리학적인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분석한다고 해서 현대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 무엇을 배우고 학습할 수 있을까? 이에 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미칠때, 이 책은 보다 현실적인 제갈량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저자는 연의의 제갈량이 스스로 원했던 실질적 능력과 지위를 위하여, 주군인 유비 뿐만이 아니라, 현실의 독자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의 눈을 현혹시킨 그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걷어내고 싶어 이 책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성공의 길'을 찾기 전에 '성공의 도구'를 고려해야 한다. 그 도구가 시간일 수 있고 인간관계일 수 있다.(...) 깊이 생각할수록 도구의 쓰임세는 달라진다.

285쪽

다만 그 행동이 어디까지나 "이것이 제갈량의 본성이다." "지금껏 알려진 것이 거짓이다." 라며 과거의 인식을 부정하고 비판하기 위한 (주장이자) 자료로 쓰인다면 그 행동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역사 속 제갈량이 어떠한 인물이였나, 그리고 연의에 덧붙여진 이후의 능력과 업적인 무엇에 의하여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나 어디까지나 심리학적 개념에서 들여다본 제갈량의 모습은 먼저 스스로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군사로서 신뢰받기까지' 단순히 뛰어난 두뇌만으로는 이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주군 유비에게 '신비로운 현인'으로 보이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후 주군의 신임과 실질적 권위를 두고 관우와 장비와 벌인 신경전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더욱이 와룡이라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서 조조군과 손권의 세력권에서 스스로 군사를 지위하고 또 설전을 벌인 것은 감히 그 누구고 할 수 없는 도전정신이 아닌가?

이에 결과적으로 이 책의 끝마무리인 '주유의 죽음'까지 그는 그의 의도와 도전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보상을 받았다. 물론 이후 먼 미래 그 스스로도 또 다른 상승의 기운을 받은 사마의에 의하여 좌절을 맛보게 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 인물의 운명에 대한 것이지, 그 인생의 목표와 도전의 중요성을 격하시키는 재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은 제갈량의 높은 능력을 알기에 '이후의 이야기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더욱이 천하를 다룰 능력이 있는 위인이 결국 유비와 같은 약한 세력에 들어가 이를 크게 키워냈다 평가하기도 한다. 허나 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 아무리 미약한 세력이라고는 하나 주인의 절대적인 신뢰에 더해 그 군대의 지휘통제권까지 가져갈 수 있는 기회는 그 어느정도나 될까? 그리고 그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품고 있다한들 느닷없이 조조의 궁문앞에 서서 '자신을 써달라 드러낸다 하여' 과연 역사에 비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이에 제갈량은 스스로 완성한 이미지와 뛰어난 언변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이용해 앞서 언급한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에 이 책은 그 과정이 비록 세속적이라하여 실망하지 않기를 주문한다. 애초에 이 세상에 연의의 제갈량의 존재 자체가 사기라면...

이 기회에 좀더 인간적인 욕망에 솔직한? 제갈량을 만난다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제갈량은 나이도 많지 않고 경험도 일천했지만 포부는 원대했다. 훗날 사람들이 제갈량에게 회의적인 눈초리를 보낼 때 유비는 지금의 태도와 변함이 없어야 했다. (...)유비는 제갈량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만 여기게 되었다. (...) 유비는 목적을 달성하기 전에는 '절대로 (제갈량을) 포기하지 않겠다.' 라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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