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 일본 원자력 발전의 수상한 역사와 후쿠시마 대재앙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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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해보면 나는 의외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많은 서적을 접해왔다. 먼저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현실을 드러낸 '사진집'에서 시작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주제로 한 '르포르타주'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는 나 스스로가 국제사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 가장 크고 심각한 재난으로서 위의 사건을 마주하고 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이 책 또한 그 관심의 연장선에서 선택한 것이자, 보다 폭넓은 사실을 마주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서 나름 만족스러운 감상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 특히 지역(도시)의 오염제거와 방사능 오염수 처리 등은 소위 노동자의 헌신과 희생을 발판으로 개선되어가고 있지만, 문제는 애초에 절대 안전을 사수해야 했던 국가 안전 시스템의 실패가 단순히 거다란 재난에 의하여 발생한 것 만이 아닌,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일본의 (조직) 경직성' 과 '현상에 책임을 지지 않는 문화' 등이 만들어낸 일종의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 된 것이다.

야쿠자 연합체가 일부 하청 업체를 운영하고 원자력 발전소에 조달한 임금을 빼돌려 자금을 모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 "원자력 발전소가 동네에 들어오면 왜 우리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벌까?"라 물었다. (...) 간단하다. 우리는 불평하는 사람이 누구든 닥치게 할 수 있어서 돈을 번다. (...)

원자력 마을과 안전사고 1980년대

이에 생각해보면 '일본의 원자력 발전의 역사' 는 지난 대한민국이 겪어 온 과정과는 다른 특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세계대전중 원자폭탄을 겪은 국가가 다시 '원자력'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특히 이전 지방 분권적으로 성장한 전력 사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역시나 '관료'와 '(국영)기업'의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굳어진 결과는 곧 조직의 집단주의와 순종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적당한 대응 '시스템'과 '메뉴얼'을 갖춘 원자력 발전사업은 어찌저찌 기능해왔다. 그러나 인간이 생각한 재난 위력과는 차원이 달랐던 동일본 대지진은 시시각각 원자력 발전소를 위협했으나, 정작 이에 맞서 운영을 맡았던 '관리자'들은 진정 자신들에게 부여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시미즈 마사타가는 (...) 3월 15일 간 총리에게 질책을 들을 때까지는 무대 뒤에서 움직이고 있었으나 이후에는 적어도 6일 이상 개인 집무실에 은둔했고, 회사의 다른 간부들이 참석하는 위기 대응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으며 사실상 도쿄전력의 리더 자리를 비워두었다.

331쪽 / 여파

결국 새로운 시대, 다양한 기술과 효율성을 도입하고, 또 그에 따른 성과를 배경으로 나름의 정치 경제적 지위를 다졌던 '관리자'들이 막상 위기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순간에 보여준 바는 심히 상식적이지 않을 뿐 만이 아니라, 무책임과 무능함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왔다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또는 주장)을 마주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현재 일본의 안타까운 모습이라 생각하고 싶기는 하지만... 반대로 최근 부족한 에너지와 원전기술의 수출과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이 원전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 점, 특히 중대한 재난과 참사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이전 일본이 보여준 모습과 비교하여 그 어느것도 나은 것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이후 먼 미래에 이르는 시간동안 대한민국의 원자력은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던 것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지만, 언젠가 감히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닥쳐 피해를 입을 경우 과연 한국의 사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솔선하고 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보여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나름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

2013년 12월 이 나라는 아주 엄격한 특정비밀보호법을 통과시켰다.(...)정부가 대중의

철저한 검토를 피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숨길 수 있게 이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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