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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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뉴스 등에서 접하게 되는 '국제 만찬'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와 함께 떠올리기 쉬운 호화로운 음식과 격식 등은 소위 외교의 형식 중 하나로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식사 외교'는 단순히 상대를 접대하는 것이 아니요, 때때로는 어느 한 국가의 특산물 만을 내놓는 것이 아닌, 어떠한 것을 연출하거나 은연중 강요하기 위한 수단... 또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서 보다 복잡하고 치밀한 계산과 배려가 병행되어 진행되어진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드러난 수 많은 '식사 외교'는 오래도록 국가 사이에 어떠한 논의가 일어나고 또 협상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과정을 드러내는 것과 함께, 결과적으로 만찬을 통해 만들어진 외교적 성과와 음식 문화의 발전 또는 창조의 예를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외교와 음식문화, 이 둘의 성공적인 일화라 할 수 있는 '녹차 파르페' 는 1999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중국 위협론'이라는 난제를 누그러뜨린 '배려의 식단'이 되어 주었다. 그야말로 미국의 파르페와 중국에서 직접 공수한 녹차의 혼합은 양 국가의 장점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상징성과 그 맛의 특별함으로 말이암아 해당 만찬장의 분위기까지 변화시켰다고 한다.

음식, 그 중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같이 먹으면서 쓴소리를 하기는 어렵다. (...) 미국과 중국이 역사와 문화, 이념을 달리하고 경제적 이해관계도 크게 달라 긴장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이였지만, 클린턴과 주룽지는 (...)

32쪽 녹차 파르페

물론 위의 예시는 어디까지나 당시의 국제사회의 변화, 양국의 갈등요소, 국제관계속에서 끝임없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한 이후 한 순간의 '성과'에 주목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외교의 난제라 할 수 있는 북한의 문제 또는 한미일 각각의 국제관계와 협력에 대하여 오늘날까지 수 많은 회담과 만찬이 이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눈에 보이는 성과는 커녕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같은 현상은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이에 생각해보면 외교에서 보여지는 '상대에 대한 분석' 과 '성과를 이루어내기 위한 배려'에 있어서 그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따라 결과의 형태 또한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초호와 만찬, 산해진미를 쌓아놓는 것과, 자국의 장점만을 돋보이는 보여주기식 만찬의 결과는 상대가 아닌 자신의 만족, 또는 자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선동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목적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이에 결과적으로 외교의 연장선에 이루어지는 만찬이 어떠한 것을 추구하는가? 는 그 국가의 체제와 정치의 건전성, 국제관계를 보는 잣대 등이 얼마만큼 진보적이고 또 건전성을 지니는가를 알 수 있는 나름의 예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의 많은 부분을 마주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음식은 사람을 연결하는 끈이기도 하다. (...) 이어지는 관계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접점이 형성된다면 그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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