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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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희극 타르튀프가 지닌 내용을 이해하고 또 해석해보면, 의외로 씁쓸한 현실이 와 닫는다. 예를 들어 어느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그들을 아프게 한 자들의 뻔뻔함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정부기관의 소심함에 더욱 가중되는 절망을 맛본다. 실제로 사기를 친 이들이 더 떵떵거리고 살고, 심지어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일반인들의 상식을 벗어나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아도 소위 공무원들은 "해당 법규가 없다거나" "전례가 없다" "앞으로 개선하겠다" 라는 무적의 치트키를 가지고 적극적인 구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이 극본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의 흐름에서도 '사기꾼 타르튀프'는 그 어디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사기꾼에 불과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노리는 재산과 욕망 그리고 위선으로 손에 넣은 법적 권한 등을 생각해보면 결국 그의 사기행각에 놀아난 오르공과 그의 가족들은 타르튀프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야 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사기극은 제3자 또한 속이 후련해지는 타르튀프의 구속으로 마무리 된다. 그야말로 악인이 벌을 받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내용이라고 할 만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 정의가 지켜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과연 흔히 생각되는 정의와 선은 '진정 기적에 의해서 지켜지는가'에 대한 거북한 의문이 머리 속을 맴돌게 된다.


그자의 겉모습(위선)과 참된 미덕(신앙)을 하나로 보지 마세요. (...) 만약 또 둘 중 한 쪽을 택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차라리 위선자에게 속는 편을 택하세요.


130~ 131쪽


더욱이 1600년대 중반의 상식과 인식 그리고 종교에 대한 믿음과 미덕의 기준은 분명 현대적 개념으로 풀이한 이 책의 친절함이 없었다면 쉽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극중 전체적인 줄거리를 제외하고, 귀족과 귀부인 그리고 그의 자녀와 친척 심지어 시녀에 이르는 방대한 관계 속에서 이들은 저마다의 믿음 뿐만이 아닌 신분에 강제된 사고방식과 자존감 등을 이유로 서로간의 대화에 있어서도 잦은 충돌이 일어난다. 물론 이를 통해서 나름의 역사적인 성질을 마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흔히 고전적 작품을 마주하는데 있어서 이는 나름 단점이자 난점으로 독자의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각설하고 이 이야기의 '해피앤딩'을 완성시킨 것은 '초월적인 권한' 이다. 더욱이 그 권한이 발동된 원인 또한 현대적 개념의 미덕이 아닌 '충성'과 '인연' 또는 봉건주의 시대에 통한 '신분'을 저울질 할때 결과적으로 그것이 법적 권한과 비교하여 더 지도자의 마음을 움직인 가치관이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옛날 옛적 이야기에 어울리는 낡은 관습으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 선생님의 뜨거운 충심에 대해 내리시는 보상입니다. 폐하계서는 우리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순간에도 선행에 대한 보상을 내리시는 분임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폐하가 계시는 한 공덕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는 것과 악함보다 선함을 기억하신다는 걸 보여주시는 겁니다. / 하늘에 영광을!


154쪽


그러나 의외로 이러한 관습이 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악함보다 선함을 기억한다" "선행에 대한 보상" "악인을 구분하는 뛰어난 분별력" 이에 한 개인의 특출난 믿음이 가져온 정의가 때때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현대의 '법률'보다 인간적이고 더 따뜻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이에 생각해보면 법은 만인에 평등하고 공정해야 하지만, 그 문서화된 뜻과 정의가 현실에 얼마만큼 반영되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적어도 현대의 법은 선행에 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법률의 개념이 사회에 깊이 파고들어 그 법을 신뢰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적어도 이 이전 시대의 '미담'에 대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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