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 1 - 왕의 목소리
임정원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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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선의 궁궐과 조정의 모습 가운데서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관리 '중금'은 개인적으로 매우 생소한 것이였다. 흔히 왕의 손과 발이 되어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내시(이에 상선)이라면, 왕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그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책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중금의 역활이라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이러한 왕의 메시지를 온전히 간직하고 또 전달하기 위하여 '국금'의 존재를 드러냈다. 예를 들어 '선왕의 유지'가 변질되거나 또는 단절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결국 왕의 심복 등이 다른 세력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어명을 담은 유서나 문서 등을 지킨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동 서양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오랜 표현방식이기도 하다.

허나 이러한 '진부함'과는 달리 이 소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현대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국가가 국민위에 군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민주화가 진행되고 또 보다 계몽적인 사고방식이 상식의 반열에 올라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국민을 대표한다는 많은 이들은 때때로 '권력의 중심에 서서' 국민을 외면한다.

(...)허울뿐인 왕의 죽음을 왜 안타까워 하는가, (...) 도탄에 빠진 백성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 같은 막연한 희망조차 없이는 도저히 이 세상을 살아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1권 124쪽

때문에 소설의 무대가 된 조선을 통해 저자는 크게 "무엇 때문에 왕이 존재하는가?" 에 대한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담는다. 사대부와 관료의 나라, 더욱이 사농공상이라는 봉건시대의 계급이 나누어지고, 그것을 유지하는데 백성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 '부역을 지는 것'이 당연시 된 나라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 경종은 왕을 위한 왕권이 아닌, 백성을 위한 강력한 왕권을 주문한다. 이에 사도세자와 정조에 이르는 오랜 시간동안 국금을 간직한 중금(주인공)의 고난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실제로 왕의 유지를 품고 궁을 빠져나와 백성으로서의 행복, 가족이 주는 행복을 뒤로하고 희생의 길을 걸은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는 그만큼 왕의 유지가 지닌 무게가 크고 또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에 많은 사람들은 지난 역사를 통해 '백성을 위한 나라'가 쉽사리 만들어 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가 가지는 개혁의 본질, 또는 조정의 대통합을 추진하며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에 그 추진력이 된 믿음 사이에 그 어떠한 것이 있었는가? 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상상력'을 맛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는가 하는 감상이 든다.

(...) 그대에게 넘기는 짐이 버거울지라도 어진 백성들이 그대 곁에 있으니 부디 담대하고 용기 있게 헤쳐 나아가라.

2권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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