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국가인 고려는 결국 그 지도자 왕과 왕실 그리고 권력층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기에 한때는 찬란한 평화의 나날을 누리기도 했으나, 다른때는 외세와 국내의 난리로 인하여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삶과 목숨을 위협받으며, 그 지도자 나름대로의 자질을 시험받기도 했는데 이에 이 책은 단순히 어느 역사의 사실과 해석의 영역을 떠나,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심리학을 통해 역사와 그 지도자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이 책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렸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각각의 왕들은 저마다의 출생과 환경, 그리고 앞으로 부여될 왕으로서의 책무에 대하여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왕권의 강화와, (거란)외세의 침략에 맞서 보다 가혹한 의무에 짖눌린 현종같은 경우는 그 개인사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흠을 잡을 수 없는'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고려 최고의 성군으로서 역사에 남았다. 이때 일반적인 심리학의 시선으로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거나, 트라우마가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하는 일반상식에 기댄다면 분명 현종은 규격 외다. 다만 34인의 수 많은 왕들이 오롯이 나라에 막중한 책임을 완수하고, 국가의 발전을 추구하며, 백성을 자비롭게 통치했다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한 인간의 천성이라 불리우는 '개성'의 영향을 받은 왕은 결국 그 장단점을 어떻게 통찰하고 반성하였는가에 따라, 그 개인의 삶 뿐만이 아니라, 고려라는 국가의 운명도 변화시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