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면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든다. 분명 돌아가신 조부모님은 일제시대 이후 해방과 (6.25)전쟁을 직접 겪었을 것이고, 나의 부모는 이후 군부 독재와 민주화 투쟁 와중 스스로의 삶과 가족을 위해서 온 힘을 다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때 그 이후의 배턴을 물려받은 '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흔히 나의 주변 세대는 앞서 말한 과거의 모든 것을 '역사'라 부르며 학습하고는 있으나, 조금만 그 생각을 비틀어보자면, 결국 이들 모두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이 직접 겪으며 거쳐간 매우 밀접한 (대를 이어간) 경험의 연속이기도 하다.
물론 나 스스로가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자(또는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한반도에 있었던 어느 역사를 통하여, 그 해당 사건 속에 그려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당시의 인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부는 소설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과 같은 역활을 맡는다. 이는 소설에 딱히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드러나지 않지만, 적어도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행동 또는 서로간의 교류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역사의 흐름'을 마주하며, 과거 한반도에서 살았던 각각의 세대의 삶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그저 격동의 시대에 휩쓸려 저마다 꿈꾸던 모습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때의 비극과 안타까움을 바라보며, 이에 그 모든것이 '한국의 서사' 또는 흔히 '민초의 삶'의 가장 아픈 기억을 일부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것 같은 감상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