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든다. 분명 돌아가신 조부모님은 일제시대 이후 해방과 (6.25)전쟁을 직접 겪었을 것이고, 나의 부모는 이후 군부 독재와 민주화 투쟁 와중 스스로의 삶과 가족을 위해서 온 힘을 다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때 그 이후의 배턴을 물려받은 '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흔히 나의 주변 세대는 앞서 말한 과거의 모든 것을 '역사'라 부르며 학습하고는 있으나, 조금만 그 생각을 비틀어보자면, 결국 이들 모두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이 직접 겪으며 거쳐간 매우 밀접한 (대를 이어간) 경험의 연속이기도 하다.

물론 나 스스로가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자(또는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한반도에 있었던 어느 역사를 통하여, 그 해당 사건 속에 그려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당시의 인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부는 소설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과 같은 역활을 맡는다. 이는 소설에 딱히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드러나지 않지만, 적어도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행동 또는 서로간의 교류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역사의 흐름'을 마주하며, 과거 한반도에서 살았던 각각의 세대의 삶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그저 격동의 시대에 휩쓸려 저마다 꿈꾸던 모습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때의 비극과 안타까움을 바라보며, 이에 그 모든것이 '한국의 서사' 또는 흔히 '민초의 삶'의 가장 아픈 기억을 일부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것 같은 감상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한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

512쪽

각설하고 일본군 장교, 기생, 인력거꾼, 사상가, 한성거리를 어슬렁거린 왈패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과거 한반도의 어느 산과 계곡 또는 도시의 거리를 가득 매운 사람들이 모두 역사의 이름을 남길 정도의 인물이 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시 조선인으로서 가지는 '인식'과 '대의'는 결국 민중이 스스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여러 (독립)활동을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되어 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은 결국 그 때의 대중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열망한 어느 '목표'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소설 또한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인식에 의하여 저마다 추구하는 바는 다를지 몰라도, 결국 그들 스스로가 지키고자 한 삶의 형태는 거의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에 그것을 인간의 정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보다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분명 이들 사람의 마음이 우러나 행동한 다수의 배경에는 과거 전통적으로 많은 이들이 '아름답다' 말한 가장 한국적인 마음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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