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우치노 겐지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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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 속에 기록되어 있는 여러 '시'를 마주하다 보면, 분명 많은 한국인들은 과거의 문화 또는 정서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저자의 생예와 그 시대의 모습에 비추어 그 내용을 바라보게 되면... 결국 까치는 단순히 그 시대의 정서를 비추는 문학작품이라는 영역을 넘어, 또 다른 감상을 가져다 주기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저자 우에노 겐지는 점차 제국주의에 물드는 일본사회에서 억압당한 문학가 중 한명이였다. 특히 식민지조선의 문인들과 교류를 이어가며 그 시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금지되고 또 그의 직업(대전중학교 교사)을 잃게했다.

(...) 너희들은 땅에 들어박히지

낙엽은 위로 떨어지겠지

그리고 썩겠지

초겨울의 찬바람은 헐벗은 나무들을 때려눕히겠지

눈은 대지를 얼리겠지

너희들은 마침내 죽어 버린 듯 싶으리라

초록 갑옷을 입은 젊은이들아

봄까지 견디는 거란다

19쪽 겨울의 문

때문에 근대 일본에 불었던 여러 정치, 사회운동 사이에서 피어난 곳곳의 파편을 접하는 것은 과거 억압을 받았던 역사를 간직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라 믿는다. 과거 자유민권운동이 일어나고, 이후 프롤레타리아 문학적 개념이 생겨나는 와중 이에 제국주의에 제동을 걸 수 있었던 수 많은 '이념' 이 스러진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물론 전쟁을 국가의 성장과 부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취한 (달콤한) 과실은 당시 많은 일본인들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그러나 그것이 빨래터의 아낙을 표현하고, 김치의 계절을 노래하고... 더욱이 일본이 한 잘못을 성토하는 것을 금지하고 억압한 사실은 결국 이들이 마주한 나라의 멸망에 있어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를들어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의 내면에 과거 이러한 억압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있다면, 어쩌면 그 자유가 의미하는 무게는 그 본래의 것보다 더욱 가볍고 또 의미를 상실한 것이 아닐까.

결국 까치에서 마주해야 하는 것은 문학으로서의 의미와 나름의 한국의 정서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그 표현과 비판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지 않았던 당시의 사회의 면면까지 모두 들여다 보고, 또 그것을 오늘날에 비추어 새롭게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오늘날의 세상은 보다 진보하고 또 자유롭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주변 많은 곳에서 보여지는 '억압'을 바라보면, 인류사회는 어쩌면 과거의 근대의 정서에서 완전히 졸업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 새로운 목표 하에 두 사람의 잡지 [징] 을 시작했다. 나와 그녀는 여기에 끓어오르는 혈맥의 파도를 담았다. (...) 무산 계급의 진영을 척척 쌓아올리고자 했지만, 조선이라는 분위기가 [징]에 어떠한 압박을 가했던가.

111쪽 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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