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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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울어지는 음식점, 다양한 사연을 품에 안은 가게의 일원들, 그리고 결국 한계를 뛰어넘어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줄거리를 바라보면서, 이에 내가 느낀 감상 중 하나는 '익숙하다' 라는 것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조금 오래로록 (한국)영화나 만화 등을 접한 사람이라면 이른바 '짜장면' 에 담긴 서민의 애환?을 그린 작품들을 여러번 접할 기회가 있었다. 예를 들어 어느덧 서민들의 음식으로서 대중화되고 익숙해져가는 와중에서 이른바 중국집을 '짱개'라 부르는 사람이 늘어가는 와중 결국 '전문가로 인정받기 힘든' (또는 주변에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든) 대중 중화요리집의 모습은 이른바 이 책에 드러난 가게 주인 '두위광'의 모습과 같은 이미지로 굳어진다.

실제로 책 속에 등장하는 두위광의 모습은 오늘날의 '주방장' 또는 '쉐프'와는 조금 다르다. 거의 70이 넘는 나이에도 손수 요리를 만드는 모습은 고집스러우면서도 자신 스스로가 완성한 노하우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장인' 그 자체다. 때문에 그가 가게를 운영하고, 주방에 군림?하는 모습은 격변의 대한민국 속에서 살아남은 저력??을 대변하는 우악스러움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제 21세기에 이르러서도 그 고집이 통하리라는 법은 없다는 것에 있다.

이처럼 소설 속의 중국집 '건담 싸부'가 안고 있는 제일의 문제는 변화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오래도록 가게를 지켜온 실력과 신뢰는 여전하지만, 역시나 세대가 변화하는 만큼 '함께 낡고 늙어가는 세대끼리의 신뢰'가 아닌 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 또는 계승의 과정이 '건담'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건담, 그러니까 뉴건담은 모던했다. (...) 뉴건담의 아침은 이전과 판이했다. 주방에서는 아침마다 회의가 열렸다. (...)모두 같이 하나의 건담을 외쳤다. 낮설지만 뭔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직원들은 한껏 상기되었다.

200~201쪽

그러나 건담의 앞날은 어둡다. 다만 "누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뻔한 질문은 적어도 이 소설에서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건담의 역사는 존중받아야 하며, 더욱이 두위광의 과거와 실력... 그 모두 또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가게의 위기와 인간 사이의 갈등, 더욱이 세대끼리의 불협화음이 불러온 오해 등은 건담의 생존을 크게 위협했다.

결국 잿더미가 된 건담이 다시 그 부활하여 날개를 펼치려 할 때! 이때 저자가 그린 이야기야말로 이 소설이 드러내고자 하는 진정한 매력이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물론 사람과 음식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소설의 특성상 보다 맛을 표현하고자 하는 저자의 표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보다 더 두위광과 가게의 일원들이 서로의 접점을 찾고, 또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 등이 보다 마주하기 좋았다.

위광은 변했다. '원래'는 없음을 명심했다. 옛날에는, 내가 배울때는, 인천에서는... 전부다 잊었다. (...) 뜨거울때 얼른 드세요, 그게 위광의 마음이였다.

354~355쪽

그러고 보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저마다 '닻을 내리고 또 안주한다' 가게 또한 원조와 전통을 내걸고, 오랜 레시피를 자랑하며, 심지어 어느 음식점은 손님에게 가게 만의 예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심지어 먹는 법도 있다.) 이에 생각해 보면 건담 또한 오래도록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변화하는 와중 그것을 현대의 세상에 굴복한 것이라 이해하는 것은 커다란 오해라 할 만하다. 그야말로 건담의 변화는 그가 나름의 새로운 원동력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새로운 길'에 가깝다. 음식을 맛보러 온 손님을 위해 보다 완벽을 추구한 결과가 '그의 철칙' '천러얼츠'(뜨거울때 먹어라) 라면 이제 새로운 건담에서 그가 내비치는 새로운 '천러얼츠'는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이에 소설을 접하며 그것을 한번 마주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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