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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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 생각해보면 (비교적 최근) 역사학이 지향하는 바는 인문학의 가치와 매우 밀접한 접점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예를 들어 교과서와 같은 역사교육의 대부분이 고찰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인간 문명에서 드러난 영향력있는 인물과 사건 또는 문명의 형태와 개성... 특히 현대적 과학개념에 의하여 보여지는 역사의 모습을 통하여 현대인들이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복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나름의 척도를 가늠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때문에 이러한 척도가 발전하고 또 일반화되면서, 분명 과거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수정되었고, 또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특히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역사를 접하는 대중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는 '친숙한 역사' 가 등장하여 이에 사람들은 위인이 아닌 (대중)인간의 삶을 되돌아보면서도, 나름의 교훈을 얻는다.

물론 왕궁이나 저택이 있던 자리라면 진귀한 보물 같은 유물들을 발굴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평범한 그리스 사람들의 진짜 흔적이 남아있는 그런 장소에서 우리는 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다.

8쪽 기원전 248년의 세계가 펼쳐지다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과거 언젠가 읽었던 다른 책을 통해서 얻은 정보와 비슷하게, 이 책 역시 과거 헬레니즘 시대... 이른바 알렉산더대왕의 영향력 아래 동서양의 문화와 지식 또는 세계관이 보다 넓어진 세상 속에서 살았던 매우 '대중적인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고대 올림픽에 출전하는 달리기선수, 바다를 오가며 장사를 하는 상인, 연회와 축제를 떠돌며 실력을 가다듬는 연주자, 그리고 주인의 가혹한 매질에 도망친 어느 노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여느 그리스의 문화권, 그리스의 도시와 마을을 오가며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과연 저자는 어떠한 가치를 드러내고 있을까?

이에 평범하게 고대 그리스인의 삶을 통해서, 현대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어느 공감대를 발견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이들이 저마다의 직업과 목표, 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는 개척하는 삶을 간접적으로 마주하여, 이에 여러 인간이 지향하는 바가 '그리스 문명의 세계'를 어떻게 지탱하였는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흥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헤라 여신은 물론 (...)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사업에 집중하기 전에, 먼저 신전을 방문해 상인과 꾀가 밝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 헤르메스 신의 가호를 비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 수 많은 일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벌어질 테니까 말이다.

297쪽 상인

실제로 각각의 인물들이 원하는 바를 살펴보면, 가장 세속적인 가치가 드러난다. 명성, 재산, 행복, 성공, 자유... 이처럼 인간, 아니 문명화 된 세상에 태어난 인간으로서, 누리고 행하며 만들어가는 결과는 결국 그 문명의 특징과 맞물려 (나름)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위하여 고대 그리스인으로서, 어떠한 행동을 했는가? 그리고 그 행동에서 오늘날 현대인들과 비교해 인류로서, 어떠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가... 비록 (오늘날) 고대의 신과 신전은 자취를 감추었고, 또한 고대 그리스인으로서의 생활방식조차도 생소한 것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을 마주하는 것은 적어도 이들 스스로가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간 '문명인으로서의 본질'(또는 공통점) 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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