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해당 왕가가 지니는 유럽사회에서의 영향력은 다른 여느 (전통적인) 왕가와 비교하여 뒤떨어지지 않는 전통과 역활을 드러냈다. 물론 이후 근현대에 이르러, 민족자결주의와 독립의 의지를 바탕으로 오랜 전통적 지배력을 상실하는 등의 그 역활이 끝나버리기는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왕가의 역활이 끝난 이후의 '유럽이 걸어간 길'을 생각하면 나름 서로의 보편성을 인정한 융합의 시대가 도리어 (정치적인 면에서) 안정적이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결국 이루 유럽은 저마다의 독립을 쟁취하며, 그들 국가와 민족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했다. 물론 과거 신성로마제국 (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공동체) 체제에서도 저마다의 '급'이 있었고, 또한 차별도 존재했지만, 문제는 이제 현대의 새로운 국제정치의 장에서 필요한 것은 어느 체제 속의 서열이 아니라, 각각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공동체의 결집 그리고 무엇보다 '소수집단을 괴롭힘으로서 스스로들의 우월성을 증명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합스부르크왕가와 그 지배의 상실은 곧 당시 시대에 (일시적인) 공동의 유대감의 상실을 의미했다. 이는 그만큼 오래도록 유럽의 접착제로서의 역활을 수행한 체제가 그때까지의 유럽에 어떠한 의미였는가를 알 수 있는 가장 거다란 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세계대전과 비극 그리고 현대의 유럽의 정세 속에서 등장한 유로와 나토 등의 새로운 공동체의 출연을 바라보며, 과연 오늘날 현대의 유대감을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유럽이 걸어가는 길... 그리고 그것이 곧 세계화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마주하며) 다시끔 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