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 길 위의 삶, 호보 이야기
잭 런던 지음, 김아인 옮김 / 지식의편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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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o 호보 / 인터넷 사전에서는 '떠돌이 일꾼'으로 정의되었지만, 적어도 이 책의 내용을 접하다보면 커다란 의문이 든다. 물론 이 책은 호보의 의의를 방랑자에 두고 있다. 특히 저자 스스로가 방랑자의 삶을 살았기에, 그는 이 수 많은 일화를 자유와 결부시키지만, 반대로 (흔히) 사회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결국 그들의 삶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이를 읽고 있으면 많은 이들은 '분노의 포도'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같은 대공황을 맞이하며, 많은 이들이 일과 보수 그리고 직장을 얻기 위해서 떠돌이가 되고, 또는 여느 토박이들의 박해와 착취의 대상이 되었지만, 단 하나 이들은 (사회화에) 감내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했다면, 호보는 보다 다른 방식을 통해 스스로의 인간의 존엄을 표현한 존재이다.

각설하고 '직업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떠도는 이유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호보들이 대량으로 발생한 것은 사회학의 가치로 볼때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을 기점으로 한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파산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이들은 오늘날 한 시대를 가늠 할 수 있는 '특별한 예'로 취급되지만, 이에 정작 호보들에게는 여느 수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결론따위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남의 집 뒷문에서 권위있는 평론가들이 단편 소설의 미학적 요소라고 평가하는 진정성과 현실성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15쪽

그렇기에 호보는 결국 세상에 '해결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만약 현대의 가치를 투영한다면,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해야만 하는 정책은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안정적인 직업을 알선하거나 교육시키는 것 부터, 당장 필요한 생활지원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이들을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 다시 품기 위해서, 기나긴 역사 속에서 국가는 보다 민주화된 제도를 갈고 닦아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거의 미국은 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호보는 사회의 안전망 또는 경계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새로운 가치 속에서 모인 이들로 구성된 현대의 떠돌이들이 되었다.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 또한 여느 호보의 길을 걷는 존재중 하나에 불과하다. 허나 그 중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주인공) 호보는 크게 '그다지 미래(의 가치)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 순간의 휴식과 음식(또는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타인의 호의는 물론, 그들의 동정을 받기 위한 거짓을 꾸미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때문에 이들 '부랑자'는 여러 부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당시의 세상 속에서 호보들은 '무임승차의 달인' 이였고, 타인의 동정심을 먹어치우는 '대식가' 였으며, 특히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세상의 진리를 떠받들고 있는 절대 다수와는 다른 별난 소수파들이였다.

때문에 이제 다시 자본주의의 정신이 재건된 세상 속에서, 이러한 소수파들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적어도 인간 본연의 가치 중 '자유' 라는 렌즈를 통해 이들을 들여다본다면... 어쩌면 이들의 삶은 '호보 강령'이라는 것을 통하여 보다 인간미 넘치는 존재로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1.자신의 삶은 자신이 결정할 것, 다른 사람이 휘두르게 두지 말 것.(...) 15.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동료 호보들을 도울 것, 언젠가 당신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240쪽 호보 윤리 강령

결국 이들은 그 무엇보다 자유를 선택한 존재들이다. 당시 자본주의의 불안정함을 마주하며, 단순한 부지런함 만으로는 사회의 울타리 속에서 '안정'을 얻을 수 없다면... 반대로 그 울타리를 벗어나, 오롯이 스스로만을 책임지는 삶을 산다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이를 반사회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리고 이후 히피 문학에 영감을 주었다는 평가를 이유삼아 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허나 결과적으로 호보는 과거 미국 문화의 한 틀을 차지하는 개념이 되었다. 이전 서부개척시대와 비슷하게 거칠고 황량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그 삶을 개척하는 '무법자' 로서, 어쩌면 오늘날 전형적인 규범에 저항하는 문제아? 들은 그러한 과거의 호보정신을 오늘날에도 계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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