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때때로 낮선 문화를 이해하게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독자 스스로가 해당 문화와 내면의 '메시지'를 이해하기까지 분명 나름의 수고가 따라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현대 멕시코 서민의 삶과 애환을 담은 소설이라면 원저가 아닌 이상 먼저 옮긴이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무엇보다 독자 스스로가 나름대로 멕시코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보다 진실을 비꼬거나 아니면 어느 현상을 풍자하는 '해학'의 참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 또한 1960년대의 미국사회의 단면... 더 나아가 이민사회의 본모습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내용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어느 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한 여러 이민자출신의 삶은 분명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난 이후 해당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것은 수사나 법의 집행과 같은 것이 아니라, 때때로 무관심이 비추어지기도 하고, 아니면 서로 다른 문화권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혐오와 의심등이 피어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