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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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을 통하여 생겨난 '콘텐츠의 공유'는 분명 오늘날 개인의 삶과 여가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때 단순한 오락의 공유를 떠나, 세계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이 공유됨으로 인하여 이제 '세계인'은 멀리 떨어진 외국의 일 또한 보다 빠르고 현장감있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신 여과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접하는 와중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데는 지금도 여러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설하고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이후 일어난 쓰나미는 분명 일본사회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콘텐츠의 공유와도 무관하지 않은데, 실제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 또한 언론의 정보를 뛰어넘어, 재난을 마주한 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마주하며 충격을 받고, 또 안타까운 마음을 품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이 재난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다... 아니 적어도 이 책은 세계인 뿐만이 아니라, 재난의 당사자인 일본 스스로도 '후쿠시마 원전' 을 잊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는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해당 시설의 파괴(또는 폭발)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며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결국 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정부가 선택한 길은 '신속한 복구' 이다.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가 복구되어 '재가동' 되지 않는다면 이는 일차적으로 전력부족을 피할 수 없을 뿐 만이 아니라, 이후 원자력 발전을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인원의 육성에도 커다란 어려움이 따른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일상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 "요컨데 평범한 공사현장이 된 것이다. 일상, 일상 이라고 시끄러울 정도로 강조한다. 절차나 보고 서류도 늘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138쪽 무리하게 진행되는 일상화

그렇기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복구를 위한 커다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단순히 건축물의 손상과 파괴가 일어난 '현장' 과는 다르게 원전은 매우 치명적인 '방사선 물질'이 누출된 곳이기에,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매우 철저한 안전관리와 장비 등의 지급이 이루어져야 마땅하지만, 이에 이 책은 그 현장의 '실질적인 모습' 그대로를 취재하려는 활동을 통하여, 결국 여느 열악한 공사현장과 비교하여 다르지 않은... 아니, 오히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어 더욱 더 위험한 현장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마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내일 현장을 떠납니다 (...) "올해분 방사선량 18mSv가 차버려서. 사장이 더는 관리 할 수 없으니 떠나랍니다. 써 먹을 만큼 썼으니 해고라네요. (...) 지금까지 취재하면서 "우리는 일회용" 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도망치치 않고 위험한 고선량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해온 작업자들을 갑자기 내동댕이치는 '퇴직'이나 '해고'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182~183쪽 작업자는 피폭 수치로만 존재하는가

특히 '현장에서 노동하는 사람들' 흔히 용접이나 배관 기타 단순한 노동작업에 투입되는 '일선 작업자' 의 대우는 나날히 악화되어 간다. 처음 도쿄전력이 제공한 급식과 숙소의 편의가 사라지고, 점차 책임감 하나로 버티던 작업자들이 피폭되어 현장을 떠나고, 이어 뒤이어 그 자리를 채워가는 하청업체와 일용근로자는 본래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마주하는 (건축업 본래의) 부조리를 넘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대책과 계획에 따라 무리한 공역을 강요당한다.

물론 이때 정부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 많은 부조리들은 생각 여하에 따라, 일반적인 공사 현장 곳곳에서 보이는 고질적인 문제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그 상황과 환경을 고려했을때, 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와 지원 등이 필요한 곳이 아닐까? 실제로 노동자들은 갑갑한 방호복과 마스크, 그리고 수십킬로의 텅스텐 조끼를 입어야 한다. 이는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에게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비이지만, 문제는 이를 착용하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탈수와 피로 등 신체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혹한 환경과 점차 (그들 스스로 정한) 일상화에 무뎌지는 정부와 도쿄전력의 '책임감'은 결국 아직까지도 치명적인 환경에 놓인 복구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순조롭게 복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첨단 공법이 적용된다' '방사능 오염수는 관리되고 있다' 등의 정부차원의 주장들이 바라고자 하는 바와 실질적으로 그 현장 본연의 모습이 보여주는 차이점을 마주하면서... 이에 탐방.보도의 기록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그 둘 사이에서 (정작) 희생되어가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인식을 하는 동시에,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그 현장에 대하여 보다 대중과 사회 모두가 지속적이고 엄격한 시선(또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데 있다고 생각이 된다.

결국 최악의 사고가 일어나고, 또 그 피해의 후유증이 남아 존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 책임을 지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존재는 '노동자'가 아니다. 그들은 원전의 참상과 위험을 알면서도 현장에 뛰어들었다. 더 나은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 고향 후쿠시마가 보다 빨리 정상화 되었으면 하는 열망을 담아... 심지어 단순히 현장에 일이 있기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도 결국 이들이 이전 폭발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하나 라도 더 짊어져야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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