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벌레로 변한 청년 '그레고르'가 점차 스스로의 목숨을 단념하게 되기까지 그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를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단순히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 것이 아닌, 가족에게 버림받은 순간 스스로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을 자각한다. 그는 부모의 아들이자, 여동생의 오라버니로서, 사랑을 받았고, 더욱이 어엿한 회사원으로서 유능하지는 않지만 근면한 존재로서, 사회 속의 역활을 다했지만, 결국 그 역활을 수행하지 못하는 벌레가 됨으로 인하여, 그는 세상 모두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존재로 추락한다.
이처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에 의하여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 죽음을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잔인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친다. 그야말로 이 둘은 크게는 세상 속의 권위와 작게는 불안과 고독에 맞서 패배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물론 이러한 파편적인 교훈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어떠한 인문학적 교훈을 이끌어낼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날의 사회현상 가운데 이 같은 폭력과 소외의 모습은 어떠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고, 또 개인의 영역에 있어서 (또는 사회적인 영역에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은 그 나름의 고민을 이끌어내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