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대의 철학자와 근대의 작가 사이에는 분명 기나 긴 시간과 변화의 차이점이 존재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굳이 이 다른 것 같은 두개의 작품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고, 또 나름의 이유를 들어 이 둘 사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크라테스의)'변명'은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그의 변론을 표현한 고전 (플라톤) 철학의 기록이며, '변신'은 크게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빌린 소설이기에, 이에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시대도 장르도 주제도 다른 두개의 작품에서 나름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과연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의구심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남을 해치면서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도피법입니다. (...) 이것이 내가 죽기 전에 나에게 사형을 투표한 분들에게 드리는 예언입니다.

86쪽

그러나 단순한 죽음을 넘어, '타인에게 인간으로서의 명예와 존엄을 유린당한 존재'라는 것에서 이 둘은 나름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단순히 지혜와 진리를 갈망하고 탐구한 존재였을 뿐이라 말한다. 그리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지혜를 사랑하고 타인을가르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겠다" 고 장담했으나, 안타깝게도 고대 아테네의 법정은 그러한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을 선고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그의 의지와 행동 모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저것을 없애 버려야만 해요

192쪽 변신

각설하고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벌레로 변한 청년 '그레고르'가 점차 스스로의 목숨을 단념하게 되기까지 그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를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단순히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 것이 아닌, 가족에게 버림받은 순간 스스로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을 자각한다. 그는 부모의 아들이자, 여동생의 오라버니로서, 사랑을 받았고, 더욱이 어엿한 회사원으로서 유능하지는 않지만 근면한 존재로서, 사회 속의 역활을 다했지만, 결국 그 역활을 수행하지 못하는 벌레가 됨으로 인하여, 그는 세상 모두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존재로 추락한다.

이처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에 의하여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 죽음을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잔인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친다. 그야말로 이 둘은 크게는 세상 속의 권위와 작게는 불안과 고독에 맞서 패배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물론 이러한 파편적인 교훈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어떠한 인문학적 교훈을 이끌어낼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날의 사회현상 가운데 이 같은 폭력과 소외의 모습은 어떠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고, 또 개인의 영역에 있어서 (또는 사회적인 영역에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은 그 나름의 고민을 이끌어내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미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