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육군 -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도한 일본 제국주의의 몸통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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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진행과 결과에 대한 역사에 더하여, 이른바 태평양전쟁사에 있어서 그 주된 역활로서 주목받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 그것은 (일본제국에 있어서도) 해군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육중한 군함과 항모가 가져다주는 존재감에 더하여, 무엇보다 전쟁의 흐름을 좌우한 중요한 전투의 모습 등을 생각해보아도 역시나 그 주인공은 바다를 주름잡았던 군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굳이 태평양전쟁중의 육군의 모습에 주목했고, 특히 전후까지 생존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전장을 직접 마주한' 생생한 기억을 통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일본군의 잔혹함 또는 비이성적인 모습 등이 과연 어떠한 계기로 발현되었는가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내리고 있다. 결국 저자는 전쟁을 통해 발견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비참한 모습을 통하여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싶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태평양전쟁의 발발과 흐름 가운데서, 육군이 보여주는 모습은 말 그대로 '육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당시 일본제국군은 근현대의 가치관 아래 정립된 가장 기본적인 군사적 지원 또는 가치관의 세례를 받지 못한 존재였다. 물론 군인으로서 승리를 추구하는 자세와 헌신은 나름 미덕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적으로 일본제국과 그 군대가 과거의 승리의 방식을 고수하고 또 보편화하여 끝끝내 병사 하나하나가 탄환처럼 소모되는 현상을 개선하지 못하며 종전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왜 일본에서는 구체적인 검증도 하지 않고 저 전쟁을 부정해버린 것일까? (...) 설령 역사적 보편성이라는 게 없다 하더라도, 그 어떤 역사적 사명감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온 나라가 들고일어나 싸웠던 것이리라. 여기에 포함된 오류를 정확하게 역사에 새겨넣어 둘 필요가 있다.

434쪽 / 진주만 공격은 무엇을 의미했는가

물론 그러한 현상을 진단하며, 제기된 주장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아니... 애초부터 국가 스스로가 부족한 자원과 기술의 발전을 꾀하기 위하여 외교적 접근과 상호 무역이라는 선택지를 떠나, 전쟁을 통한 식민지의 확대,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전략.전술적인 군사적 행동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현대적 감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비이성의 후유증은 전쟁의 진행과정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예를 들어 일본군의 '반자이 공격'과 '카미카제' 등은 단순히 당시 일본군의 절박한 상황과 희생정신의 발현이 아니라, 단순히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수송력을 만족스럽게 제공해주지 못한 수뇌부가 그 책임을 수 많은 병사들에게 돌려 희생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44년 가을 이후 참모본부의 대응을 보면 (...)병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따위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서야 참모본부의 내실에 관한 기본적인 문헌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납득되었고, 병사들이 뭘 먹고 살았는지에 대한 변변한 보고서 하나 남아 있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658~660 / 쇼와 육군의 흥망

그렇기에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일본제국의 패전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역사적으로 일본제국은 패전을 통하여 연합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 결과 자의와 타의의 경계를 알 수 없는 '전후처리'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 속에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온전히 짊어졌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일본 국내의 문제점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한 수 많은 병사들이 남긴 전쟁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기록들은 어째서 '미화'의 단어 속에서 외면받고 변질되는 것인가?

쇼와 육군이 남긴 많은 잘못을 한시라도 빨리 청산하는 것은 (...) 그것은 정치 자세나 사상의 건전한 발로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도의의 도달점이기도 하다.

1005쪽 / 남겨진 '전후 보상' 문제를 주시하며

이에 저자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국가와 군대의 폭주만이 아니다. 그에 더하여 전쟁 이후 '전후 처리'의 과정 있어서도 군인이 끝끝내 (개인적인) 용기와 희생의 보답을 받지 못한 것이 그 무엇보다 나라에 큰 후유증을 남기지 않았나 한다. 실제로 오늘날 수 많은 논란과 갈등의 원인은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더더욱 그 문제의 이면에는 군인이였던 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입장과 그 오랜 기억이 점차 잊혀지거나 미화되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그 모임(단체)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또 이를 국가의 빚이라 주장하여 '정치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결과는... 그야말로 오늘날 우경화 속에서 비추어지는 일본의 모습 그대로다.

때문에 저자가 주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청산, 그리고 전후의 시대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쇼와시대의 제국군의 모습 그대로를 들여다보고, 또 이를 비판하기 위한 (올바른)현대적 가치를 내면에 세울 필요가 있다. 이에 단순히 일본제국군의 무능이 그저 '계란으로 바위를 친 어리석음'이라 생각된다면... 한번 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이 책을 접해보기를 바란다.

이에 나는 이 내용을 통하여 우경화 속의 그림자... 그야말로 전쟁의 미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전 이후 세대들이 각각 어떠한 것을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는 전쟁의 기억과 참상을 이해하는 잣대가 서로 다름으로서, 생겨나는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이를 오롯이 마주하지 않았던 일본제국과 그 속의 군인들 마저 어떤 의미에서 (서로) 진정한 화해?를 하지 못한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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