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타의 딸들 - 사라 처칠, 애나 루스벨트, 캐슬린 해리먼의 이야기
캐서린 그레이스 카츠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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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그러나 이미 연합국의 승리가 당연시되어 점차 전후 세력구도에 대한 관심과 조정의 필요성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던 과정 속에서 얄타 회담은 성사되었다. 그러나 전쟁사에 있어서, 얄타회담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 다른 수 많은 회담과 사건에 비교하여 그다지 비중은 떨어진다. 그도 그럴것이 전쟁을 마치지 많은 시기에 열린 회담이였을 뿐만이 아니라, 당시 국가와 국가 사이에 타협과 약속으로 제시되었던 원칙조차도 (대부분) 정작 전쟁이 끝난 이후 모두 휴지조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후 처리의 실질적인 영향은 과거의 약속보다는 당시 점령군 사이의 힘과 정치적 입장 등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처칠과 루즈벨트 스탈린과 같은 역사 속 연합국의 최고의 수장과 수뇌들이 모여 향후 '세계의 질서'를 논했다는 상징성은 분명 당시에도 커다란 사건이였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소위 얄타회담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게 음과 양으로 노력했던 사람들은 분명 그 역활을 다 했다는 부분에 있어서, 크게 인정받아야 마땅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존재는 역사속의 그림자에 가려져 세세히 알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 책은 그나마 주인공이 아닌 부외자, 즉 역사의 주류와는 다른 존재들을 통하여, 당시 회담의 또 다른 모습을 비추는 렌즈로 활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수장들의 딸들을 비추어 그들이 겪은 경험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느낀 전쟁의 참상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전쟁의 논리와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난 (비교적) 자유로운 감상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들여다 보게 한다.

만일 엄마가 아침7시 반에 이곳의 침실 복도를 본다면, 세 명의 원수가 물 한 양동이를 얻으려고 줄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거에요. 어떤 원수는 물을 받아 오지 못하기도 해요.

187쪽 1945년 2월5일

물론 이들은 국가의 수장과 그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지만, 그 뿐이다. 적어도 회담과 (저마다의)국가와 정치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또 그러한 정보에 다가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여성이 있었다면 그것은 처칠의 딸이자 항공 소대장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군인' 사라 처칠 올리버 뿐일 것이다.

이처럼 적어도 얄타회담이 진행되는 그 장소에서, 여성만이 아닌 스스로의 자주성을 지켜 그 존재를 드러낸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그 때문에 국빈의 관계자로서, 그리고 특히 국가수장과 밀접한 가족이라는 역활 속에서 대접받으며 생활한 '소련의 땅?'는 분명 전쟁의 만들어낸 비극과 불편함 그리고 인간으로서 감히 마주하기 힘든 야만의 면모를 그들에게 생생히 전해주었다.

스몰렌스크에서 캐슬린과 기자단은 독일인이 생각하기에도 긴 직함을 가진 안내인의 안내를 받았다. 그의 직함은 '독일 파시스트들의 포로가 된 폴란드 장교들을 총살한 상황을 확정하고 조사하는 특별위원회의 서기였다. (중략) '소련 측의 본격적인 쇼'가 이제 시작된 것이였다.

219쪽

때문에 얄타의 딸들은 작게는 빈대와 벼룩의 공격 뿐만이 아니라, 크게는 각 국가의 대의와 '정치 쇼'를 마주하여, 나름의 감상들 개인적으로 남겼다. 물론 가족에게 보내는 사적인 편지와 아버지와 딸 사이에 나눈 개인적인 대화와 기록이 역사의 큰 틀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역사의 다양한 면면을 살피고자 하는 역사의 가치관과 그 변화에 발맞추어 바라보게 된다면, 분명 이 내용들은 단순히 부외자의 기록만이 아닌, 보다 다른 가치과 눈높이를 가진 또 하나의 역사에 대한 기록으로서, 마주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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