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그러한 주문과 달리 나는 과거(접했던) 어린 시절의 앤을 다시끔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당시의 앤 또한 변함없이 천방지축이였지만 솔직하고 순수한 소녀로서 인식되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고아라는 불운을 벗어나 어린 나이에 누군가에게 친근한 친구이자, 또 누군가에게 둘도 없는 가족이 되기까지, 그 인연의 형성에 있어서 '고난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앤의 정신적 성숙함'은 그야말로 이 책의 이야기중 가장 중요한 가치관(또는 교훈)으로서 받아들여져 왔었다.
더욱이 앤이 지니고 있었던 활발함의 이면에 있었던 독창적인 상상력이 결과적으로 고아인 앤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던 고독함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그녀 나름의 고육지책이기도 했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앞서 언급한 우정과 용서의 가치관은 더욱 더 빛을 발하게 된다. 어린시절을 넘어 결국 누군가를 위해 조금 다른 꿈을 이루어 나아가려 할때, 이에 도움을 준 여러 존재들은 결국 앤 스스로가 과거의 아픔을 겪어 이겨낸 과정 속에서 일구어낸 인연의 결과물이였다는 것을 한번 떠올려보도록 하자.
이는 분명 크게 '애정은 중요하다' 라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당시 플란더스의 개, 사랑의 학교, 키다리 아저씨 등증 모두가 애정에 대한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하지만, 적어도 이야기를 떠나, 주인공 스스로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인물로서 분명 앤 셜리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 어느 주제곡에 걸맞게 영원이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소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