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나는 그나마 이 책이 취하는 형식을 마주하며 나름 안도했다. 각설하고 저자는 여러 세계사의 사건들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건, 또는 앞서 언급한 상식의 틀에 굳어져 쉽사리 새로운 질문과 통찰 등을 할 수없는 어느 역사적 사실 등을 비춘다.
그야말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포괄하려는 시도를 떠나, 저자 나름대로 포인트를 찍어 그것에 집중하게 함으로서 결국 독자 또한 오래도록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어느 사실의 이면에 보다 복잡한 배경과 환경이 있음을 인지하는 동시에, 마지막으로 그 저자 나름의 시선과 주장에 대하여 한번 더 설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새삼 "우리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는 잘못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오늘날 상식으로서 널리 퍼져있는 지식이 그 어떠한 이유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가?
예를 들어 오늘날에도 그리스 로마 문명이 지니는 위상이 변함없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서양 중심의 세계사'가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주장을 통하여, 결국 사람들은 이제까지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어느 지식에 대하여, 나름의 또 다른 질문(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