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와 천황 - 일본의 이중구조를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마타니 아키라 지음, 이근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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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 일본국의 상징적인 지도자, 그러나 한 때에 민족의 신으로까지 추대되고, 존중받았던 그 천황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서, 이에 한국인인 '나'는 조금 복잡한 기분을 맛보고 있다. 실제로 천황제와 천황이라는 호칭은 단순히 이웃나라의 지도자를 칭하는 단어의 틀을 벗어난다. 실제로 양국의 외교에 있어서도, 그리고 일상사회에서 불리우는 호칭과 인식 등에서 불거진 갈등이 '감정'과 '다툼'을 볼러오듯이... 결국 천황이라는 단어 속에는 기나긴 역사에 비추어 그 (위의) 현상을 불러오는 어느 (또 다른) 상징성을 띄게 되었다.

각설하고 오늘날 보여지는 일본 국왕의 모습은 이른바 헌법 아래의 '상징천황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이 상징천황제의 특징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전통적)제도라고 알고 있는데... 이에 굳이 언급하자면 그것은 그리 올바른 인식은 아니다.

우선적으로 헌법에 의한 권위(또는 지위)를 가지는 것을 떠나, 전통적인 천황제에 대한 인식 중 큰 부분은 우선 '실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권을 쥐지 못했던 지도자' 소위 공가와 무가가 분리되어 무가에 실질적 지배권을 부여하면서 연명한 천황의 지위... 물론 큰 틀에서 바라본 천황의 지위는 위와 같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면 이에 드는 궁금증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전국시대' 천황의 지위가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후 막부가 형성되고 또 위의 균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른바 두 세력은 어떠한 관계를 이루어 오늘날까지 이른 것인가?

물론 예들 들면 주변 여러 국가들에서도 이와 같은 때가 있었다. 춘주전국시대의 주나라 천자, 한나라 말의 헌제, 심지어 서양의 교황까지 그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기나긴 역사의 시간동안 존귀한 지위를 이어 내려온 체제의 하나로서, 천황제가 가진 특징은 거의 유일무이하다고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전체적으로 천황제가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전국시대를 중심으로 소위 천황과 무가의 권력을 둘러싼 '균형'의 역사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히데요시가 죽은 다음 도요토미 정권이 분열된 상황에서,조정이 제3자적인 조정 세력으로서 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 자체가 -중략- '왕정복고'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171쪽 조정의 중재

결과적으로 천황과 공가라는 전통적인 지배계급과 달리 '무사들의 시대'속에서 천황의 권위는 때때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물론 헤이안시대 천황의 권위를 능가했다는 평을 가진 헤이케는 사실상 무가에서 공가로 변질되었으나, 문제는 이후 일본전국시대에 이르러 무가는 그 자체의 통치능력을 길러 사실상 황가의 시스템(국가 운영)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이때 소위 '천하인'의 역활을 한 주요 인물들 가운데 오늘날 천황의 역활 또는 지위를 만든 이는 어쩌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일지도 모른다. 그가 공가와의 연결고리를 통하여 조정으로부터 벼슬을 받고, 타국 정벌의 윤지와 칙령을 받아 명분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오래도록 조정은 그동안 (사실상)박탈당했던 여러 부분의 결정권과 개입의 여지를 얻어 '정치력'을 회복했다.

천황가의 조상인 아마테라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창출된 도쇼다이곤겐의 신위는 무가 계층은 고사하고 민중 수준에도 침투했다고 도저히 생각 할 수 없다. 반면에 대중 사이에서 천황의 조상신을 모시는 이세신사의 신위가 높아진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

362쪽

그렇기에 이후 도요토미를 넘어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가 형성되어 이어지기까지 그 정치력은 사실상 천황과 조정(공가)를 지키는 힘으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명목상의 지위를 넘어 존왕양이의 가치 아래 '국가 통치권'을 돌려받기까지... 그야말로 책 속의 천황은 소위 실질적인 힘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른바 일본 민족의 대중적 인식을 그 무기로 활용하며 존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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