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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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극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걸어 나아가려 하는 길' 그리고 그 배경 속에서 피어난 갈등과 그 갈등의 중심에 선 역사에 대한 인식과 정의에 대하여... 어쩌면 사람들은 그 역사 자체를 미래의 전진에 방해가 되는 일종의 족쇄로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각 국가의 사회 속에 만연한 '비판'과 '혐오' 사이에서 그들은 저마다의 현상 속에서 (나름의) 정의를 품고 있다.

어째서 일본은 과거의 전쟁범죄에 반성하지 않는가? 어째서 중국은 새로운 질서를 꿈꾸며 '패권주의'에 매달리는가? 또 이를 이유로 지적하고 수정하려는 한국(국내)에서의 움직임은 과연 어떠한 인식과 정의를 배경을 가지고 있을까... 이처럼 (적어도) 대한민국의 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또 불안해하는 어느 현상에 대하여, 적어도 이 책은 역사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보다 폭 넓은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는 감상을 준다.

이처럼 동아시아 삼국에 19세기는 상이한 패러다임의 만남과 충돌 속에서 빚어지는 고민과 혼돈, 모색과 좌절이 뒤섞인 '위기의 시대'였다.

67쪽 서양의 팽창과 '동아시아 문명기준의 역전'

그야말로 저마다 걸어 온 역사의 패러다임 속에서, 분명 각각의 국가들 또한 (저마가) 추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적어도 한반도의 민족은 힘에 유린되었고, 또 정복되기도 한 과정을 거쳤다. 이때 이를 극복하는 와중에 형성된 '정의'가 현재 대한민국의 역사관의 중심에 서 있다면? 결국 힘에 기댄 정의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의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가치로 다가올 것이다.

허나 현대 국제적인 현상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그 경계의 과정은 갈등을 이끌어내었다. 특히 역사의 과거를 옳고 그름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들어낸 폐해는 그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특히 더 두려운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앞서 언급한 흑백논리가 통용되면서 더욱 더 커다란 갈등을 만들어내는데 있을 것이다. 때문에 과거 역사의 인식을 대신할 새로운 인식을 주문하면서, 저자는 과연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각자의 내러티브는 내부자들간의 유통되고 소모될 뿐, 국경이나 진영을 넘나들며 공유되거나 풍요로운 대화로 들어가지 않는다. -중략- 역사의 진실은 없고 자기중심적인 해석들만이 평행선을 그리며 대결한다.

37쪽

결국 저자가 제안하는 바는 이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어느 사건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과 정의가 충돌할때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류와 안목으로 다져진 '지성'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이 책이 드러내려는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 물론 오늘날의 수 많은 사람들 또한 저마다 정의와 지성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이 만들어낸 인식을 통하여, 국가가 이익을 탐하고, 공동체를 선동하며, 끝끝내 과거의 상처를 가리려는 비봉책으로 소모하려 한다면... 결국 역사라는 학문이 가지는 가치 뿐만이 아니라, 그 학문이 나아가려는 목표에 이르기까지 그 수 많은 방향 또한 일그러게 된다는 것을 한번 경계해 보는 것도 의미가 크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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