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면접
박정현 지음 / 블랙페이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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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섬뜩하다고 할 수 있는 표지를 통해서, 나는 이 책이 '공포를 주제로 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정작 내용들을 마주하다보면, 책은 미지의 공포보다 더 구체적인 것, 그리고 가상의 소설을 넘어 현실 속의 (개인들의)삶에 있어서도 고민하고 괴로워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주제로 함으로서, 때때로 사회파 소설로서도 읽을 수 있겠다는 감상또한 들게했다.

이처럼 책은 제목의 '자살면접'을 포함하여 많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물론 그 모든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제목의 이야기를 마주했을때, 어쩌면 많은 독자들은 '억압'과 '자유'에 대한 나름대로의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권리란 그런거야. 약자가 강자에게 내비치는 자존심 같은거. 내가 목이 터져라 외쳐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거. 권리란 처음부터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착각속에서 너희들이 정한 기준이야.

86쪽 자살면접

실제로 내용 속에는 국가와 개인 그리고 어느 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간의 거리감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성공한) 사회적 동물이 되지 못한 인간들은 국가 시스템 속에서 불행해 한다. 마치 개인 스스로가 공동체에 이바지함으로서, 그 존재의의를 부여받는 것과 같이 현대의 삶에서, 인생사 자긍심과 삶의 이유 등을 살피는데는 언제나 '직업' '성공'과 같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드러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적어도 그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작) 그가 자살이라는 선택에 도달하기까지... 그리고 그 자살면접이라는 비현실적인 과정을 통해서 보여진 모든 모습들을 통하여 과연 독자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있는가? 이때 나는 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단어로서 '교감'을 떠올리게 되었다. 예를 들어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정작 모두를 위한 시스템이 그 교감을 방해하는 최대의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에 저마다의 삶을 떠나, 서로를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더 나아가 사회가 지향하여야 하는 일에 대하여, 소설은 그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수 많은 시도 중 하나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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