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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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조선시대라고 한다면 과연 무엇이 떠오르는가? 엄격한 신분사회, 농본주의, 정리하자면 성리학을 중심으로'지배질서'를 확립한 수양론 중심의 국가체제가 떠오르지 않는가? 때문에 처음 '조선의 부자'라는 단어를 접했을때도 (가장 먼저) 상업을 천시한 사회구조 속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치치 못한 상인들과 같은 부정적인 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책 속에는 그러한 예를 지닌 인물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위 상인들의 '기회'는 아이러니하게도 국가가 위기를 맞이한 때... 즉 조선말 외국의 힘에 의하여 강제로 개방되었을 당시의 혼란 속에서 찾아왔다. 이처럼 책 속의 수 많은 상인들의 도전과 성공은 우선 직접 부딛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야말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점차 스스로가 사람과 돈을 바라보는 잣대를 만들어가는 와중에서, 당시의 혼란스러운 나라는 그 잣대가 활약할 수 있는 격랑의 무대를 제공하여 주었다.

너희들은 조선의 아들이고 딸이다. 지금 조선의 형편이 어떠하냐, 나도 잠 안자고 안 놀고 일했는데, 하물며 너의들은 공부하는 몸이라 졸린다고 자고 놀고 싶다고 논다면 그게 될 성 싶으냐.

110쪽 백선행

물론 그러한 격랑 속에서,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아니... 결과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얻어 상인으로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 다른 도전을 맞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처럼 책이 강조하고자 한 상인의 모습은 그저 이익추구에 매달린 인물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주문하는 또 다른 도전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사람들인 것이다.

이때 저자(들)은 무엇보다 상인들의 의지, 또는 상인으로서 깨우친 인간사 속의 도덕이 그 얼마만큼 고귀한 것이 되었는지를 먼저 접하고 이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행위 속에는 오늘날처럼 사회에 기부를 하거나 유산 등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같은 금전적인 것도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상인이 상인으로서의 길을 걸으며, 만드는 인연의 귀중함, 이에 오는 성공함으로서 오만하지 않는 인간성에 더해 그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삶 속에서 마주한 원한을 되물림하지 않도록 사회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행동 등이다.

실제로 이들의 대다수는 기울어져가는 조선의 체제 속에서 원한을 쌓았다. 가난의 한, 신분의 한, 배우지 못한 한, 전란에 휘둘린 한... 이에 이들은 끝끝내 성공의 열매를 손에 쥐었고, 그 한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한 수 많은 행동들을 한다. 학교를 짓는 일, 헌금을 내는 일, 주변의 사람들을 돌보는 일... 과연 이것들이 성공한 상인(또는 기업가)로서 마땅히 수행하여야 할 의무인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은 마땅히 그 행동을 통하여, 사회가 가지고 있던 불완전함을 해소하려 노력한다.

돈이란 1천, 2천 원 1만, 2만 원일 때는 개인의 재산이지만 1백만 원이나, 1천만 원이 되고 보면 사회 공동의 재산을 내가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말하자면 '기질'이 그렇다는 것이다.

280쪽 김기덕

결국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그 두개를 저울질하는 것에서 이들은 그 각각의 선택을 통해 '명예'를 얻어냈다. 물론 이들 스스로의 개인사와 장사의 철학이 오롯이 원칙으로서 기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이 이어져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이전 선배들의 삶의 방식 그 일부가 보다 고결한 품격을 드러나는 예가 되어주었다면, 이에 그 뒤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이를 배우고 또 행동하는 등의 지침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권장할 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감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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