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시바 료타로
산케이신문사 지음, 이한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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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제일 처음으로 접했던 역사소설은 과연 어떠한 것이였을까? 이에 (아마도) 기억이 정확하다면 1981년판으로 제작된 '대망' 그 중 '언덕위의 구름' 이였을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이 인물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실제로 이후 나라훔친 이야기, 료마가 간다, 타올라라 검 등을 거쳐 지금도 나의 책장에는 시바 료타로의 번역본들이 그 나름의 공간을 차지하며 옛 기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나의 주변의 둉료들은 작가 시바 료타로를 그리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 시대를 그리는 역사소설은 분명 그 시대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표현이 중요하지만, 과거 한국의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일본의 역사관' 즉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역사의 판타지는 어떠한 이유로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 결국 이 시바 료타로는 그 현상에 무관하지 않은 작가이자, 심지어는 제국주의의 시대상을 표현한 이데올로기 작가가 아닌가? 하는 눈총을 곧 받기도 한 인물이었다 기억한다. (허나 나는 그러한 인식을 불신한다)

신문기자는 그 무명성과 신문의 공공성을 무기로 권력과 권위의 중추에 용이하게 접근해 취재할 수 있다.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기밀성, 의외성은 일반인이 미칠 수 없다.

-중략-

시바 료타로 역사소설의 매력은 늘 무명의 지성이 아무런 선입견 없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저널리즘과 서로 공명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210 신문기자를 말한다

각설하고 이 책은 그 작품의 저자인 역사소설의 대가 시바 료타로의 일생 한 면을 드러낸 일종의 평전이라 이해해도 좋을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책은 점차 본격적으로 소설의 세계에 발을 디디려 할 때의 시간 '신문기자 후쿠다 데이이치'(본명) 이후로 점차 시바 료타로(필명)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쫒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이는 어느 특집과 같이 산케이 신문이라는 회사 공동체가 한 사원이였던 인물 시바 료타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가를 엿 볼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할 것이며, 때로 뛰어난 작가 라는 명성을 얻기 이전의 신문기자로서, 그가 점차 어떠한 가치관을 쌓아올려 작품을 짓게 되었는가? 라는 그의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바 료타로는 일본의 역사소설이라는 분야를 넘어, 일본사회의 역사관에 있어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인물이 되었다. 과거 료마가 간다를 기준으로 실제 인물 '사카모토 료마'가 국민적인 영웅으로서 떠올려지게 된 점은 결국 그 작품이 얼마만큼 뛰어난 것인가를 엿보게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일본사회에 있어서 빈약한 역사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신문기자 생활로 전혀 다른 교우관계나 인맥을 구축해 기량을 쌓았다. 그것은 기자실이나 신문사에서 기자 동료나 부원들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그 풍부한 역사와 문학지식으로 상대를 매료시켜 '시바 팬'을 만드는 것이였다. 동시에 그런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런 사람들로부터 배워 자신 안에 '시바 사관' 이라는 세계를 구축했다.

186쪽

그러나 그 역사관... 즉 '시바 사관'은 단순한 역사왜곡이 아닌, 시대를 이용한 저자 나름의 비전을 제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여긴다. 특히 저자가 표현한 수 많은 역사적 인물과 시대는 결국 역동적이였던 당시의 기질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그 역동성과 낙천주의가 결과적으로 자국과 타국에게 있어 침략의 역사로 변질되었지만, 이 또한 저자는 그 사실에 외면하지 않았고, 도리어 앞서 언급한 신문기자 다운 냉철함으로 '시대의 번영을 먹어치운'과오 또한 신랄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시바 료타로를 떠올린다' 라는 주제를 가진 이 책은 결국 '이 시대에 시바 료타로를 남긴다' 는 의지의 표현도 될 것이다. 이에 그 선배들이 기록한 이유를 마주한 다른 세대... 즉 내일의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그리고 혹 '시바 사관'을 받아들인 일본은 결국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어쩌면 이는 분명 역사소설가에 대한 평가를 넘어, 훗닐 다른 미래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감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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