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의 충돌과 융합 - 외래근대주택 100년의 이야기
민현석 외 지음 / 서울연구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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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주거문화는 과거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에 생각해보면 옛 시골집에서 현대의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많은 이들이) 전통과는 다른 형태의 주거지에서 생활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흔히 서구적이라 낮설어 하는 인식은 없다.

그도 그럴것이 겉모습은 국제적인 형태를 띄더라도 내면의 생활상을 비교한다면 분명 한반도의 주거문화는 옛 전통과 융합된 한국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내에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좌식형태가 당연하게 자리잡게 된 것도 (결국) 과거 온돌을 중심으로 한 생활양식이 외래주택과 함께 융화되어 생겨난 덕분이다. 때문에 한반도의 주거문화를 관찰하고 또 탐구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외래주택과 한반도의 전통적인 주거문화가 어떠한 계기로 융합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나, 안타깝게도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 개방이 이루어지던 시대, 특히 일제의 강압적인 통치가 이루어지던 일제강점기를 반드시 들여다 보아야 한다.

한국 주거사에 등장한 주요 외래 주거문화라면 일제강점기 일본의 주거문화와 6.25전쟁 이후 미국의 주거문화를 들 수 있다. 일본의 주거문화는 일식주택을 통하여 강압적으로 이식되었고, 미국의 주거문화는 아파트를 통하여 우호적으로 유입되었다.

148쪽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외래주택의 역사에 대하여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물론 다른 면면으로서 부동산과 재산으로서, 주거지의 질을 따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반대로 옛 주거에 가치를 두고 이를 보존하거나 연구해야 한다는 의식은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외래주택은 역사적으로 볼때 상당부분이 파괴되거나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해방 이후 일반인들에게 불하 된 일본인주택들이 과연 온전히 보존되었을까? 아니다. 이후 6.25전쟁으로 인하여 파괴되고, 현대의 경제의 부흥을 이루고 정비되는 과정에서 헐리거나 재건축 되는 등 대다수가 그 본래의 모습을 잃었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러한 현상을 안타까워 하는가? 천만에! 본래 주거문화가 변화하고 그 모습이 변화하며 정착하는 과정 모두가 역사이자 탐구하여야 할 대상일 뿐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이식당한' 근대 한반도의 문화를 부끄러워하고 또 애써 외면함으로서, 도리어 과거와 오늘날의 연결고리로서의 '근대'를 없는 것 취급하는 오늘날이 상식에 대하여 이들은(저자들은) 나름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물건은 여러 논쟁을 일으키지만 물건이 없으면 논쟁도 일어나지 않은 채 그저 망각의 시대가 되어 버린다. 이는 좋고 나쁨을 떠나 슬픈 일이다.

208쪽

과연 옛 외래주택들은 사라져야 하는가? 그저 과거 일제의 잔제로서 현대의 물길을 통해 씻어내야 하는 얼룩일 뿐일까? 이에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내놓았다. 오늘날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만들어낸 문화에 대하여, 그 과정에서 변화와 정착의 역사를 써온 증거를 어떠한 시선으로 마주하고 보존하여야 하는가... 이는 분명 소수의 학자와 탐구자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이 곳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많은 이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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