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 영악록 瀛嶽錄
정윤영 지음, 박종훈 역주 / 수류화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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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래전 조선시대에서도 '여행자'는 있었다. 때문에 옛 한반도를 여행한 수 많은 기록 중에는 위의 '영악록'과 같은 산수(자연)을 유람한 이야기도 있고, 또는 근대 서양인들의 여행기처럼 각 도시와 인간들(사회)의 삶을 바라보는 등 저마다 추구하는 바에 걸맞는 다양한 풍경들이 각각의 글 속에 녹아들어있다.

이에 쉽게 생각해보면 이 책의 주제는 크게 '자연을 유람한 기록' 이기에 오늘날과 비교하여 독특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쉽게 갈 수 없는 나름의 특수한 한계가 그 빛을 발할 수 있게 하지만 그래도 사진 속 금강산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 험난한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저자가 표현한 고개와 산봉우리의 모습 그리고 인간의 자취가 남아있는 절간과 불상이 아닌 오롯이 저자 정준영이 기록한 금강산...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바라본 금강산의 모습에 주목하고자 했다.

산수 자체에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천년이 지나 나에게 알려지게 되었지만 -중략- 그러니 세치 혀를 흔들어 시끄럽게 칭송한다고 한들 산수에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124쪽

그러고 보면 오늘날의 여행기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TV프로그램과 같이 다수에게 해당된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 다른 하나는 오롯이 자신의 존재에 있어 그 여행이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가를 기록(오늘날에는 이를 공개하고는 한다) 하는 것이다. 이에 따지고 보면 이 책은 두번째에 보다 가깝다고 생각이 된다. 저자 스스로가 금강산을 마주하고자 하는 열망을 실현하고 또 그에 눈에 들어온 금강산을 묘사하면서, 때때로 그 내용은 일기가 되지만, 그럼에도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저자가 조선시대의 선비로서 그의 지식과 정서의 눈으로 금강산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산수의 풍경은 짧은 시간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데 불과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태롭게 하니, 이는 본질을 잃어버린 사람에 가깝지 않겠는가 (맹자 고자告子 상上) -중략- 어질고 지혜로운 자가 좋아하는 것도 이와 같은가.

169쪽

때문에 그는 단순히 금강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언가와 비교하고, 또는 우열을 가리기도 하며, 옛 시대의 역사를 거쳐 금강산이 자신에게 어떠한 생각을 들게하는가...하는 나름 근본 (성리학)에 기댄 감상을 적었다' 그 덕분일까? 이에 더더욱 시간이 지난 오늘날 영악록을 읽고 있자면, (오늘날의)독자들은 이를 단순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 뿐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저자와 독자 사이에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허나 그렇기에 그 낮선 차이를 마주하면 '역사'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비록 어느 사람들은 이를 고루하다 평가할지도 모를일이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바뀌어가는 것이 인간의 관점과 가치관이라면... 그것을 더듬고 올라가 마주해보는 것 또한 학문으로서, 또는 여흥으로서도 해볼만한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사람은 금강을 공자에 견주어 "공자 이후의 사람들 중에 공자를 비난하는 자가 없었고 금강을 유람한 후에 금강을 싫어하는자가 없었다." 했는데 참으로 옳은 말이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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