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 ㅁ(미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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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포'의 역사적 평가에서 시작해 1400년도에 지어진 '숙녀들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나는 그 나름대로 여성의 사회적 역활과 한계, 그리고 점차 '해방'을 주장하기까지의 역사에 대하여 크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이 책을 떠나, 현재 대한민국 국내에서의 갈등이라할 수 있는 '성평등'에 대하여 '나' 나름대로의 견해를 내놓아라 요구받게 된다면? 이에 나는 속된말로 애써 몸을 사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의 성 갈등은 흔히 성별간의 역활과 의무의 변화와 조정에 대한 것 보다는 서로 상대간의 '혐오'를 증명하는 것... 더 나아가 역사적 자료와 권위 또는 통계를 바탕으로 서로의 대의(또는 정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는 생각은 든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과거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사회전반의 인식 변화, 그리고 보다 빠른 (또는 급진적인) 변화를 위한 처방으로 여성부(여성가족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부처의 행정과 법률의 지원아래 여성의 권리를 세우려는 의도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면 그리 납득하지 못할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제 2021년에 이르러 그러한 '극약처방'으로 인하여 발생한 후유증이 점차 성 갈등으로 발전하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부.행정 부처의 역활론에 있어서, 그 갈등을 조정하고 또 융합해야 한다는 과제에 마주쳐 그리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감상을 준다는데 있다.

지난 수천 년간 몸의 통제, 그 가운데서도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일은 인간이 창조한 많은 종교, 사회, 정치 제도 및 이념의 주요 관심사 였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여성 혐오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283쪽

각설하고 결국 앞서 언급한 갈등의 장에서, 만약 이 책이 그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사용된다면? 어쩌면 그것은 저자의 의도와 각오를 크게 회손시키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이후) 세상을 떠났지만 그 와중에서 굳이 혐오의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은? 과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20세기 이후에 이르기까지, 그 오랜세월의 '지성' 의 본질 속에 '통제'와 '억압'의 가치가 녹아있음을 주장하고 또 개선하고자 하는 주장을 담기 위해서일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과거 남성과 여성의 역활이 분리되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류...아니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는 이른바 차별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여성다움을 강요받거나, 남성과 같은 재능을 세상에 인정받지 못거나, 또는 학문과 도덕 그리고 종교가 말한 여성의 역활이 결국 (억압의) 굴레로서 이른바 '여성의 세계'에 속박하게 하는 등의 (역사 속)과정은 분명 부정 할 수 없는 '혐오의 역사'라 불리울 수 있다.

다만 이후의 문제는 이러한 역사의 진행과정과 함께, 여성의 지위와 역활 등이 여전히 '차별'과 '혐오'의 영역아래 놓여있는가? 그리고 점차 추구해야할 성 평등의 원칙이 정작 현대 사회에 어떠한 형태로 뿌리내려야 하는 가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과제를 마주하는데 있다. 이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한민국의 사회는 그 문제에 있어서 커다란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나, 아쉽게도 저자는 대한민국 속의 혐오가 아닌 세계 속의 혐오를 극복하라는 커다란 대의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에 나름 세세한 조언을 얻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하나 크게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다.

평등함은 개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평균적인 특성으로 판단하거나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도덕 원칙이다. 즉 설령 여성 대부분이 도서관에서 플라톤을 읽는 것보다 -중략- 그것이 여성에게서 투표권을 빼앗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333쪽

예를 들어 과거 여성을 물레와 주방에 속박해야 했던 이유, 그리고 반대로 그에 저항하기 위해서 장신구와 치마 등을 던져버렸던 과정들은 이제 현대사회에 이르러 거의 해소되거나 그 의의를 찾을 수없는 가치가 되어 버려야 마땅하다. 오늘날 평등이 주장되고, 마땅히 국가와 사회가 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인류가 진보로 나아가며 확립하기 시작한 대의 중 하나다. 비록 그 방법론에 있어 서로의 의견이 충돌하거나 또는 '옛 가치를 이유로' 거부하는 문명권도 존재하지만 이에 진정 (인류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할 길에 있어서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 이루어지기를' 바란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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