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문학은 오래전부터 사회의 메모지로서 그리고 대자보로서 저마다의 역활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역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문학이 점차 정형화 되어가고 있었으며, 또 스스로의 엘리트주의에 빠져 대중과의 거리를 벌려왔다고 경고한다. 이는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일본문학이 가지는 역활이 변화하고 있음을 진단하며 보다 미래지향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실제로 이 책이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 또한 바로 그것에 기댄다.
1960년대... "그 후의 역사는 왜 서술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일본 문학의 순문학은 이미 그 이전의 시대에 완성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오랜 시간 속에서 문학은 그저 조용히 계승되어진 재미없는 (예술)세계였다는 말인가? 과연 그렇다면 독특한 세계를 무기로 한 판타지에서 여느 영상매체의 각본으로도 활용되는 소설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현대의 인간성과 그 감성을 자극했던 많은 문장과 이야기들은 어떠한 위치에 놓여져야 할까?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부조리와 현상을 탐구하고, 바로 오늘을 포인트 삼는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블랙기업'과 '이세계'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학사는 그 어떠한 주장과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에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그 수많은 질문에 대하여 순문학의 전진(학문적 정립)은 분명 크게 더디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 현대의 문학은 그 흐름을 주도하고, 더욱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게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을 떠나 크게 주목받은 '너의 이름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날씨의 아이' 등이 가지는 가치가 그저 옛 지브리의 뒤를 잇는 애니메이션(또는 작품)으로서의 상징 뿐이었나? 아니... 그것에서 더 나아가 가지각색의 취향과 자유가 버무려진 현대 사회에서 결국 독자와 관객 모두가 그것에 주목하고 또 그와 비슷한 수 많은 감성에 젖어 들어가게 된 것은 분명 현대에서 보여지는 문학의 톡특한 모습 그리고 현대 문학이 나름의 역활을 수행하고 있다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문학의 사전적 정의, 또는 절대적인 정답을 목표로 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유익하지 못한 책이 되어버린다. 오늘날 사라져버린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미래학자다. 각설하고 이제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문학의 그 유연함과 다양함을 애써 외면한 체 그 어떠한 정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 되어버렸다. 다만 단 한가지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다양함 속에서 피어난 어떠한 공감대 또는 시대정신이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이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며, 이에 이후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며 이를 해당 '시대의 대표적인 모습(개성 또는 역사 )'이였다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과연 그렇다면 이후 미래의 후손들은 2020년대를 어떠한 시대라 불리울까? 현실도피? 대 질병? 혐오의 시대? 혹여 내가 생각치 못한 보다 긍정적인 키워드가 떠오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