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일본 소설을 만나러 가다 -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현대 일본 문학의 흐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미나코 지음, 김정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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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 넓은 의미로서 (저마다)'자국 문학의 변천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처음 그것에 대해 든 생각은 그저 단순한 문장과 스토리 등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보다 당시 사회의 단면을 살펴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였다.

실제로 위와 같이 이 책의 저자 또한 오랜 장르로서 사랑받아 온 소설을 중심으로 창의성과 재능으로 사랑받아 온 문호들과 그 대표적인 작품의 주제,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시 독자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며 만들어낸 일종의 공감대(또는 사회적 인식)등을 통하여 소위 과거 시대가 낳은 소설과 그 변화과정 주제로 많은 지식을 펼치고 있기에, 이에 '나' 또한 단순히 일본 내의 사회 뿐 만이 아니라, 이웃국가로서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만들어간 인식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나름 밀접하고도 흥미로운 공감대를 찾으려 노력하였다.

한편 문학사적으로 보면 1960년대는 메이지 20년대 부터 지속된 일본의 근대문학이 커다란 동요를 겪은 시기였습니다. -중략- 문학은 결코 취미도, 오락도, 심심풀이도 아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중략- 문제의식과 결부된 커다란 관심사였습니다.

11~12쪽 순문학을 둘러싼 패전 후의 논쟁

각설하고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수 많은 독자들은 문학의 입문과 선택 가운데서 이른바 '계보'와 '의미'를 따지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아니... 정리하자면 문학을 마주함에 있어서 현대의 독자들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유를 누리며, 점차 자신의 문학세계를 다듬어 나아가는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내는 문학과 유행과 상식... 이른바 대세가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들은 과거나 오늘날이나 출판과 문학의 견인차 노릇을 하며,다른 작가들을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과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이 책 속에서도 저마다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소설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당시의 일본 국내의 모습과 함께, 그들의 역사와 인식 가운데 통용되는 독특한 정서... 이른바 일본국내의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에 발생하는 충돌과 갈등 그리고 이를 (대표하거나) 인식하는 독특한 코드들이 부여됨으로 인하여 만들어지게 된 현상, 그리고 그것이 보다 자유롭게 투영되었던 문학의 세계를 통해 저마다의 개성으로 표현(또는 완성)되어 가는 것은 정말로 흥미롭게 여겨볼 가치가 있는 것이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현실 세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눈물과 감동'을 원하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흘러들어갔고,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닌 '영원의 제로'를 골랐습니다. 독자의 질이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것은 본말전도일 것입니다. 가혹한 시대에 가혹한 소설따위는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86쪽 순문학의 DNA는 극복할 수 있는가

때문에 문학은 오래전부터 사회의 메모지로서 그리고 대자보로서 저마다의 역활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역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문학이 점차 정형화 되어가고 있었으며, 또 스스로의 엘리트주의에 빠져 대중과의 거리를 벌려왔다고 경고한다. 이는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일본문학이 가지는 역활이 변화하고 있음을 진단하며 보다 미래지향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실제로 이 책이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 또한 바로 그것에 기댄다.

1960년대... "그 후의 역사는 왜 서술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일본 문학의 순문학은 이미 그 이전의 시대에 완성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오랜 시간 속에서 문학은 그저 조용히 계승되어진 재미없는 (예술)세계였다는 말인가? 과연 그렇다면 독특한 세계를 무기로 한 판타지에서 여느 영상매체의 각본으로도 활용되는 소설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현대의 인간성과 그 감성을 자극했던 많은 문장과 이야기들은 어떠한 위치에 놓여져야 할까?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부조리와 현상을 탐구하고, 바로 오늘을 포인트 삼는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블랙기업'과 '이세계'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학사는 그 어떠한 주장과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에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그 수많은 질문에 대하여 순문학의 전진(학문적 정립)은 분명 크게 더디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 현대의 문학은 그 흐름을 주도하고, 더욱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게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을 떠나 크게 주목받은 '너의 이름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날씨의 아이' 등이 가지는 가치가 그저 옛 지브리의 뒤를 잇는 애니메이션(또는 작품)으로서의 상징 뿐이었나? 아니... 그것에서 더 나아가 가지각색의 취향과 자유가 버무려진 현대 사회에서 결국 독자와 관객 모두가 그것에 주목하고 또 그와 비슷한 수 많은 감성에 젖어 들어가게 된 것은 분명 현대에서 보여지는 문학의 톡특한 모습 그리고 현대 문학이 나름의 역활을 수행하고 있다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문학의 사전적 정의, 또는 절대적인 정답을 목표로 한다면, 이 책은 그다지 유익하지 못한 책이 되어버린다. 오늘날 사라져버린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미래학자다. 각설하고 이제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문학의 그 유연함과 다양함을 애써 외면한 체 그 어떠한 정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 되어버렸다. 다만 단 한가지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다양함 속에서 피어난 어떠한 공감대 또는 시대정신이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이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며, 이에 이후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며 이를 해당 '시대의 대표적인 모습(개성 또는 역사 )'이였다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과연 그렇다면 이후 미래의 후손들은 2020년대를 어떠한 시대라 불리울까? 현실도피? 대 질병? 혐오의 시대? 혹여 내가 생각치 못한 보다 긍정적인 키워드가 떠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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