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제 - 중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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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말의 고삐를 잡은 유가(儒家) 그 뒤에서 고삐를 죄는 것은 법가(法家)이더라.

이처럼 중국문화의 특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유.법가 그 해당 학문에 대한 이해는 지극히 중요하다. 특히 한무제의 치세 (한나라) 당시의 변화에는 분명 전 왕조(진나라)에 대한 저항과 함께 보다 강력한 법가통치의 부정 등에서 시작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한 고조(유방)을 비롯한 개국공신들이 지닌 (신분.출신의) 한계와 특히 무력을 통한 정권의 교체는 이른바 법가를 대신할 새로운 개념과 지식계층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후 한무제의 오랜 통치는 그러한 난관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안정을 요구받은 시기이자, 결과적으로 그 필요에 응한 시기라고 정리하고 싶다. 실제로 한무제 최고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흉노전쟁의 결과와 함께 주변국가들과의 긴밀한 교류를 형성한 것은 역사 속 한나라의 국력과 문화적 영향력이 강화된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업적과는 별개로 한나라가 지니고 있었던 미성숙함, 그리고 제도와 정치가 지닌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다른 많은 사건도 함께 다룬다. 예를 들어 한무제의 등극과 치세 사이에 그가 중용한 신료의 면면과 역활 그리고 결말 등을 살펴보다보면 분명 과거와 제도가 완성된 체제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서(庶)라는 이름 아래 사(士)의 지휘에 복종해야 하는 식의 선량, 곧 일종의 엘리트 제도 역시 무제 시대를 기점으로 하여 새로히 확정되어갔다. 이것 또한 최근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치와 사회를 전체적으로 규정짓는 준거 틀이었다.

273쪽

때문에 무제의 시대는 미성숙함에서 성숙함으로 막 진행되기 시작한 시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아니... 그렇게 이야기를 정리한 저자의 글을 통해서 나는 과거 인물 한무제를 평한 책에 더해 역사적으로 드러난 한무제의 치세를 이해하는데 이 책에 큰 도움을 받았다.

각설하고 생각해보면 중국의 근현대사 특히 급변하는 정치.사상의 광풍 가운데서도 다시끔 유학의 본질이 되살아난 까닭에는 무엇이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물론 과거에는 삶의 철학이자, 국가통치의 실질적인 세력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겠지만 최근 오늘날까지 법과 제도 그리고 철학이 이루는 균형가운데 '유학'이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별개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자면 한나라의 진행과정, 그리고 이후 국가의 제도와 이념 그리고 전통에 이르는 나름의 타협이 만들어진 그 틈바구니 속에서 유가과 법가의 성장은 곧 중화문명의 뿌리가 되어 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각 문화의 융합이 진행되기 이전, 그 개성이 뚜렷한 것이 긍지이자 장점으로 이해되었던 것은 당연하지만 이후 일본인인 저자와 한국인이자 독자인 내가 이 발자취(진행과정)에 주목하는 것은 그저 해당의 가치들이 오롯이 중국의 것이라 이해하고자 함이 아니라, 극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큰 영향을 미친 사상과 철학 그리고 현재의 지위를 이해함에 있어 결국 이 역사 또한 진보의 길(또는 인류에게 이로운 길)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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