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사람의 삶 가운데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 그리고 더 나아가 (개인 등의)불행을 마주하며, 절망과 약물 등 쉽게 무너져 내릴수 있는 선택과는 반대의 길을 걸어간 '실화'를 담은 책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몇번이고 접했던 기억이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2015년 영화로 개봉되었던 (실화) 와일드도 그러하고, 또 관광지로도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의 모습 또한 분명 '개인' 스스로의 난관에 해답을 찾는 방황과 치유의 과정이라 여겨도 그리 틀린것이 아니리라 생각되어진다.

나는 잠시 경외심이 들 정도였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내가 붙잡아주지 않으면 외투 같은 것도 혼자 제대로 입지 못하던 사내가 속옷바람으로 바닷가 위에 서서 제대로 접히지도 않은 텐트를 머리 위에 둘러매고, 배낭은 등에 짊어지고는 내게 달리라 말하고 있었다.

10쪽

그러나 흔히 개인의 내면, 스스로의 강함을 위한 참선과 담금질?이 주된 이야기였던 에세이와는 다르게, 이 책은 또하나의 주제인 너와 우리에 대한 나름의 시선이 돋보이는 것 같다. 각설하고 파산이라는 생애 최대의 고비를 마신 중년부부가 선택한 1000킬로의 여행길에서, 이에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선택의 주제는 다름아닌 '희망'이라는 단어로 압축되어진다.

또한 그 희망은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에너지의 충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오랜세월 부부로서 살아온 인연에도 불구하고, 새삼 서로의 또 다른 면면을 발견함으로서 느끼는 신선함, 그리고 비로소 나와 너라는 다른 사람이 뜻을 모아 하나의 열정을 피워냈다는 성취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여행이 가져온 순기능을 통하여 저자는 결코 그 여행의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님을 주장 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타인이 엿보아도 충분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자랑 할 만한 시련였다 회상한다.

때문에 책 속의 주인공들은 외롭고 고독한 시련이 아닌, 갈등와 해소 가운데서 서로가 이해하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계속하며, 더군다나 영국의 해안길은 미국의 광활한 사막이나, 산길과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쉽게 드러난다. 실제로 저자는 해안길에서 영국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정과 인정이 많았던 사람들과 더불어, 반대로 외딴 부랑자로 여겨 경계와 불쾌감을 내비친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겪고 또 감내해야 했다.

재대로 된 사람들이 대로변에서 그렇게 누워 있을리가 있나. 무슨 부랑자나 뭐 그런거야?

406쪽

이에 당시 영국의 사회분위기에서 '이방인'이 받아야 했던 경계와 혐오... 그리고 이후 다시 개인과 사회인의 반열에 들어서 미래를 걸어가기까지의 각오와 다짐에 이르기까지. 그 좁고도 냉정한 곳, 그러나 잠시나마 온정이 스치는 그것이 바로 저자의 삶 가운데서의 '우리의 세계'였음을 마주하며, 이에 나 또한 나름의 리얼한 글 가운데서 이 불완전함의 면면을 접한 것 같은 감상을 받았다.

그렇기에 나는 흔히 개인이 방황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사회의 굴레를 벗어나게 될때, 그리고 보다 스스로의 내면의 강함과 희망이 시험받게 될 때 힘이 되어주는 주체가 좀더 '인간의 이해'가 되어가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정작 스스로의 의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보다 고독을 씹으며 성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어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 또한 그들의 자존감과 방황을 덜어줄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되어줄 수 있다. 나는 그리 생각하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